[특파원스페셜]막막하다는 중국의 10대…"이상은 포기하고 집값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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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5-1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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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고 혼란스러운(迷茫·미망)' 세대. 중국 10대들의 자기 규정이다.

미래의 꿈이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포기할 수도 있다고 고백한다. 벌써부터 부동산 가격을 걱정하고, 10명 중 2명은 아마 결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에 '지름길'이 있다면 주저없이 그 길을 선택하겠다는 이들이 절반을 넘는다.

더 이상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경제 환경, 갈수록 심화하는 취업난, 무섭게 치솟는 집값과 물가 등에 둘러싸인 채 좌절감을 호소한다.

중국 관영 주간지 랴오왕(瞭望)의 보도와 텐센트 산하 연구기관 펭귄인텔리전스(企鵝智酷)가 177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중국 10대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자료=펭귄인텔리전스 ]


◆"필요하다면 꿈 포기할 수 있어"

올해 만 10~19세인 링링허우(零零後·2000~2004년 출생자)와 링우허우(零五後·2005~2009년 출생자) 세대는 1억6445만명이다.

초등학생 6575만명, 중학생 4442만명, 고등학생·직업학교 재학생 3967만명 등으로 구성돼 있고, 중도에 학업을 그만둔 이는 4776만명이다.

10대들의 자아 인식을 조사한 결과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세대'라는 답변이 남성 44.2%, 여성 52.8%에 달했다. 팍팍한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남성 30.8%, 여성 39.6%가 스스로를 '캥거루족'으로 규정했다. 졸업이 임박했거나 이미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진출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불안한 심리는 미래와 이상에 대한 설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응답자의 64%가 '현재 명확한 이상이 있다'고 답변했지만, 외부 압력이나 현실적 제약 때문에 꿈을 포기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50.5%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은 "인생은 항상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며 "필요할 경우 꿈과 이상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인생에 지름길이 있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는 50.7%가 '매우 기대된다'고 답하며 "운 좋게 지름길을 찾는다면 다른 이보다 덜 노력해도 된다"고 말했다.
 

[자료=펭귄인텔리전스 ]


◆10대 남학생, 5명 중 1명만 취업하겠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겠다는 답변은 남성 21.2%, 여성 32.2%에 불과했다. 창업 계획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도 10명 중 3명 정도만 돈벌이에 나서겠다고 한다.

나머지는 공무원 시험, 대학원 진학, 해외 유학 등을 준비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이는 중국 대졸자의 극심한 취업난이 반영된 설문 결과다.

중국 정부는 청년 실업률이 9% 안팎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치면서 취업 환경은 악화일로다. 6%대 경제성장률 유지에 적신호가 켜질 만큼 경제 상황이 안 좋은데,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20년 넘게 지속돼 온 고도 성장기가 끝나면서 중국의 젊은 세대는 취업 절벽과 맞닥뜨렸다.

그럼에도 대학 생활의 초점은 취업 준비에 맞춰져 있다. 희망 전공을 묻는 질문(남성 기준)에 IT·기술(22.4%), 자연과학(9.7%), 엔지니어링 및 경제관리(8.9%), 의학(8.5%)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가장 주력해야 할 과목은 영어(29.8%), 언어(22.3%), 수학(19.1%), 물리(11.0%)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의 79.1%가 대학 진학 후 전공 학습 외에 견습 등 대외활동에 힘을 쏟으며 이른바 '스펙'을 쌓겠다고 답했다.
 

[자료=펭귄인텔리전스 ]


◆'부동산 가격 모니터링한다' 66%

놀랄 만한 조사 결과도 있다. '현 거주지나 향후 취업 희망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관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65.6%가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희망 섞인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인식이 드러났다.

대학 졸업 후 10년 안에 내 집 마련을 희망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48.7%에 달했지만, 현 시점에서 예상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43.2% 수준이었다.

4.5%의 응답자는 평생 월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차량 구매의 경우도 취업 후 3~5년 내에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35.9%였던 데 반해 '확실치 않다' 혹은 '차를 사지 않겠다'는 응답도 29.3%로 높았다.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부담은 결혼관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 혹은 '결혼을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18.9%로 10대 10명 중 2명 정도가 결혼에 부정적이었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답변은 15.9% 수준이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구이저우성 구이양 소재 고등학교의 1학년 여학생은 "학업 스트레스가 커 교과서 외의 책은 잘 읽지 않는다"며 "결혼은 최소한 서른이 지나서야 생각할 계획이며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비 부담 때문에 자녀를 공립학교에 진학시키겠다는 응답이 89%에 달했고, 해외 유학을 보낼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73.6%가 '없다'고 답했다.

◆한국 여행 좋지만 삼성폰은 별로

중국 10대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를 여행하고 싶다는 응답(복수 가능)은 47.7%로 유럽(51.0%)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미국 등 북미(37.0%), 호주 등 대양주(32.5%), 동남아시아(25.1%)의 순이었다.

선호하는 스마트폰 브랜드로는 화웨이(56.5%)와 애플(52.2%)이 1~2위를 기록했고 샤오미(40.7%), 오포(23.5%), 비보(21.6%) 등 중국 로컬 브랜드가 뒤를 이었다. 반면 삼성은 16.4%로 7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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