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싱' 전경련의 끝없는 도전…민간 경제외교 역량으로 다시 일어선다

이범종 기자입력 : 2019-04-23 15:05

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회[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데일리동방]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잃어버린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최근 회장직에 4연임한 허창수 GS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냉대 속에 묵묵히 공익활동과 회원사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1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미세먼지 현황과 국제공조 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미세먼지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국제 공조방안을 논의해 미세먼지 저감 방안을 찾는다는 취지다. 국정농단 사태로 어수선하던 전경련이 2년간의 재정비로 사회 문제에도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값싼 이란 석유가 필요한 국내 기업을 대변하기도 했다. 전경련은 18일 프랜시스 패넌(Francis Fannon) 미국 국무부 에너지・자원 차관보에게 서한을 보내 5월 2일 만료 예정인 이란 제재 예외 조치 연장을 촉구했다.

강점으로 꼽혀온 민간외교 노력도 15일 ‘한일관계 진단 전문가 긴급좌담회’ 개최로 보여줬다. 하지만 주요 회원사 재가입과 정부와의 관계 회복 등 갈길은 아직 멀다.

◆회계 공개하고 회원사 관리 집중

전경련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한 축인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 주도 전력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찬밥’ 신세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청와대 신년회,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신년 간담회에서 소외돼 왔다. 2017년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탈퇴도 직격탄이 됐다.

2017년 말 현재 임직원 수는 77명으로 전년에 비해 40% 줄였고, 급여 삭감에 복리후생비 수술도 이어졌다.

우선 전경련은 1961년부터 최고 의사결정기구였던 회장단 회의를 없애고 그 역할을 이사회에 맡겼다. 정경유착 고리로 지목된 사회협력회계를 없애고 사업과 회계를 누리집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경제・산업본부의 정책 연구 기능은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옮겼다.

지난해에는 회원 307개사를 방문 조사해 애로사항을 들었다. 산업과 노동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정책 설명회도 열었다. 경제・기업・산업 정책 정보와 전경련 주요 사업 활동 자료를 회원사에 주기적으로 제공했다. 회원사 임원을 직접 방문해 해당 자료를 브리핑 하는 등 회원 밀착형 서비스도 이어갔다.

사업보고서 내용도 크게 달라졌다. 주요 행사 사진으로 채워 화보에 가깝던 책자는 2017년부터 사업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경제영토 확장과 내수 활성화,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안착을 내세우던 발간사도 없어졌다. 대신 구체적인 사업 현황 설명에 집중했다.

전경련은 혁신안으로 정경유착 근절, 투명성 강화, 싱크탱크 강화를 내세웠다.

허창수 회장의 ‘전경련 살리기’ 2막은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밝힌 ▲저성장 극복과 지속가능 성장 ▲일자리 창출 ▲산업경쟁력 강화 ▲남북경제협력 기반 조성 등 4대 중점 사업 발표로 구체화됐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 회장

◆4대 중점 사업으로 경제단체 ‘목소리’ 유지

전경련의 4대 중점 사업은 환골탈태를 선언한 2017년 이후 사업 방향과 대체로 들어맞는다. 같은해 전경련은 외환위기 20년을 맞아 당시 재경부 수장이던 이규성 전 장관을 초청해 ‘외환위기 20년 특별 대담’을 열어 경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응해 2017년 6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제언’을 내놨다. 일자리 만들기・늘리기・살리기・다지기를 주제로 벤처캐피탈사 규제 개선 등 25개 과제를 제시했다.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서는 전남대・충북대・경북대・부산대에서 삼성과 LG 등 7개 그룹 20여개 기업의 지역 인재 채용 설명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일본 경단련과 손잡고 현지 취업 준비생 300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산업인력공단과 협약해 해외 취업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여성 고용률 증가를 위해 2017년 신세계푸드의 정시 출퇴근제 등 각 기업의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틸러슨 국무부 장관 등 미국 의회・행정부 유력인사 565명에게 한국을 철강수입 제재 대상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서한을 전했다. 허창수 회장은 그해 8월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적용 제외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중 통상전쟁 관련 세미나와 좌담회를 열고,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 피해 예방을 위한 국제적 중재도 제안했다.

사드 갈등 이후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권태신 상근부회장이 2017년 3월 주한중국대사관을 찾아 협력 의지를 전하는 한편 9월에는 중화권 대안시장인 대만 측과 문화・관광 분야를 집중 논의했다.

지난해 6월에는 제주도에서 한중 CEO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양국 협의체의 완전한 재개를 선언했다. 중국 측 초청으로 11월 텐진에서 추가 회의도 열었다.

이밖에 전경련은 베트남・일본・호주・쿠바・벨라루스・대만 등과 세미나와 특별 대담, 사절단 파견 등으로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전경련의 무시 못할 민간 외교 역량을 보여준 사례는 지난 3월 벨기에 국왕 초청 국빈 만찬이다. 당시 허창수 회장은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벨기에 국왕 초청 국빈 만찬에 초대돼 관심을 끌었다. 당시 벨기에경제인연합회가 전경련과 비즈니스포럼을 공동개최한데다 필립 국왕 일정에 포럼이 포함돼 청와대로선 어쩔 수 없이 환영만찬에 초대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재계 소통 채널로 전경련을 인정하지 않는 청와대가 허 회장을 GS가 아닌 전경련 회장으로 초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전경련의 역량이 입증된 장면으로 읽힌다.

◆일자리 창출·남북 경제 정상화 제언

4차 산업혁명 대응에도 적극적이다. 전경련은 지난해 혁신성장과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창출을 위해 5G 초연결 네트워크 조기 구축 등 규제개선을 강조했다. 주요 기술분야 12개 협회를 설문조사해 현재는 물론 5년 뒤 기술이 미국・중국・일본에 크게 뒤쳐진다고 경고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별 10개 협회와 간담회를 열고 유전자 검사 제한 완화를 포함한 10대 정책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2017년에는 국가선도사업으로 한·중·일 해저터널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럽연합과 북미보다 인구와 경제규모가 크지만 역사와 정치 문제로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이 동북아 정치・경제 허브가 될 계기라는 설명이다.

남북경제협력 기반 조성을 위한 노력도 진행중이다. 전경련은 지난해 남북경제 정상화 여건 조성 추진 계획으로 ▲경제단체 공동 남북경제교류 민간협의체 구성 등 민간 대응체제 강화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로드맵'에 대한 경제계 의견 제시 ▲북한 산업인력 양성을 위한 기업별 인턴십 프로그램 검토 ▲미국・일본・중국・EU 경제계와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등을 세웠다.

4월 회담 이후 남북 경제 관계 정상화 조건을 짚는 전문가 토론회, 남북경제교류 특별위원회 창립회의를 열었다.

전경련은 4대 사업과는 별개로 사회 이슈에 대한 해법 제시에도 신경 쓰고 있다. 지난해 가상통화 규제 이슈 점검 세미나를 시작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를 초청해 양극화 해법을 위한 특별대담을 개최했다. 여성 고용률과 해외 선진국 사례를 분석하는 저출산 극복 관련 세미나도 이어갔다.

전경련 관계자는 “2017년 혁신안 선언 이후 대기업만이 아닌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싱크탱크로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민간외교에 집중하고, 문제가 된 자금 기부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다는 세 가지 축을 이어오고 있다”며 “허창수 회장이 민간외교를 위해 최근 미세먼지 세미나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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