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 경쟁 vs 공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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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용인대 교수
입력 2019-04-0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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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의 가속화와 급변하는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아세안 3개국을 방문했다. 신남방정책은 2017년 12월 신북방정책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전략 중 하나이다. 아세안 10개국(인구 6억 5천만 명, GDP 2.7조 달러의 경제권)과 인도(13억, GDP 2.6조 달러)와의 관계를 주변 강대국 수준으로 강화시켜 나가고, 상품 교역 중심에서 인프라 구축·기술·금융·문화예술·인적교류로 그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좀 더 솔직히 애기하면, 직간접적으로 30%가 넘는 중국 교역의존도에서 벗어나 20억 명의 아세안+인도시장으로 다변화하여 한국의 경제영역을 확장해야하는 다급함과 당위성 때문이다.

한국과 아세안간 교역은 2007년 FTA 발효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2018년 기준 아세안은 중국(교역규모 2,686억 달러)에 이어 한국의 제2위 교역 파트너이자 제3위 투자대상지역으로 교역규모가 1,600억 달러에 이르며 한국 전체 교역의 14%를 차지할 만큼 매우 중요한 경제권이다. 우리가 아세안에 뒤늦게 공을 들이기 시작한 반면, 일본과 중국은 오래전부터 아세안 국가들과 경제교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중국-아세간 박람회(CHINA-ASEAN Exposition)를 2004년부터 중국과 동남아 경제권이 만나는 광시쫭족자치구 난닝에서 매년 개최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이른바 ‘광시 북부만 경제권’을 국가급 지역경제권으로 지정하고 양 지역간 항구 물류협력 강화, 교통기지 및 산업간 협력을 통해 중국은 아세안 지역으로 경제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윈난성에서 아세안 지역으로 연결되는 4개의 고속도로가 이미 완공되어 향후 중국과 아세안 국가간 경제교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2010년 1월 발효된 중국-아세안 FTA를 통해 아세안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고 있고, 특히 2013년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아세안 지역에서의 중국의 역할과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AIIB(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 및 실크로드 기금 설립을 주도하면서 아세안 국가에 대한 자금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물론 중국 일대일로에 대한 비판과 회의론이 최근 대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대일로의 모든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대일로의 성장과정과 향후 방향성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일부 국가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여전히 일대일로는 진화하고 있고 향후에도 성장 추진될 것이다. 결국 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는 어떠한 형태로든 이해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한중 양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접점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근간은 무엇이고, 향후 지속성장을 위한 전략적 함의를 살펴봐야 한다. 경제적 관점에서 신남방정책의 출발점은 아세안 지역과의 경제협력 강화와 기존 중국 중심에서 벗어난 다변화 수출전략으로 귀결된다. 과연 중국과 일본에 비해 작은 경제규모의 한국이 6억 5천 만 명의 아세안 지역과 경제협력이 가능할 것인가? 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신남방정책의 지속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따라 국가별로 맞는 경제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아세안 국가의 경우 싱가포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는 1인당 소득이 매우 낮은 국가들로 경제규모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인프라 건설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우리기업 독자적으로 접근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기술 인적교류, 문화예술 등 협력가능한 분야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등과 같은 ICT 분야를 중심으로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국가와의 선택적 협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중국 일대일로와의 경제협력 접점확보를 통해 신남방정책을 좀더 구체화시켜나가야 한다.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의 대외적 소프트파워 강화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신남방정책과의 접점공간이 존재한다. 막강한 중국자본을 활용해 아세안 지역 투자와 경제협력은 확대되는 외형적 성장은 가능하나, 중국의 리더십과 소프트파워 동력의 부재로 내재적 성장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중국도 그 한계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2017년 10월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당헌으로 삽입되어 국가차원의 전략으로서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마침 지난 29일 중국 하이난 보아오 포럼에서 개최된 한중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한국의 신남방 및 신북방정책 간 조화를 이뤄가자고 의견을 모았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아세안 시장에서 한중 양국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및 핀테크 분야에서 상호협력은 시너지가 날수 있다.

올해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강화하고 아세안 및 메콩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부적인 정책 아젠다 도출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중국과 일본에게 기회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미 한중일 3국의 아세안 시장선점을 위한 주도권 경쟁은 시작되었다. 한국은 후발주자다. 중국의 일대일로(7년), 일본의 후쿠다 독트린(40년) 정책에 비하면 신남방정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불필요한 경쟁보다는 중국과 함께 공생하는 길도 모색해봐야 한다. 신남방정책과 일대일로가 경쟁관계가 아니라 공생관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전략적 접근과 외교적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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