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개편 ‘산 넘어 산’...위원장 사퇴에 국회는 스톱, 고용 부정적

원승일 기자입력 : 2019-03-24 12:57
국회 환노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 처리 불발
최저임금위, 위원장 포함 공익위원 8명 무더기 사퇴
최저임금 인상 후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고용 감소 조사 결과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구간과 금액을 나눠 결정하는 최저임금 개편안이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2일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논의했지만 처리하지 못했다.

답답한 흐름 속에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 공익위원 8명은 무더기 사퇴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음식업 종사자 등 취약계층 고용이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최저임금 개편 추진에 걸림돌이다.

국회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정부는 급기야 최저임금 심의 일정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자료=고용노동부]

국회로 넘어간 정부 개편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먼저 정하고, 노·사 그리고 공익위원이 구간 내 인상 수준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8000원 하한선, 9000원 상한선 등으로 구간을 정하면 ‘결정위원회’가 그 안에서 인상 수준을 정하는 방식이다.

환노위는 다음달 1일과 2일 다시 소위원회를 열기로 했지만 여야가 최저임금 개편, 탄력근로제 확대 등 쟁점을 놓고 대립하고 있어 국회 처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저임금 개편안의 경우 여당은 정부 안대로 이원화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최저임금 범위에 기업지불능력 포함 여부, 지역·업종별 차등적용 등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보완책으로 나온 탄력근로제 확대도 여당은 노사 합의안인 6개월로, 야당은 최대 1년까지 늘려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9명 중 위원장 포함 8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바뀌면 새로운 위원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 사퇴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개편안 처리가 난항을 겪으면서 섣부른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편안이 무산될 경우 최저임금위가 기존 체계대로 최저임금 심의를 해야 하고, 공익위원들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부가 이들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행 최저임금법 상 고용노동부 장관이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후 8월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때문에 이달 국회 처리가 무산되면 최저임금 개편안이 아닌 현행법 체계로 내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다. 정부가 개편안에 최저임금 심의 일정을 미룰 수 있다는 부칙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올해 최저임금 심의 요청 시기를 5월 31일로, 결정기한도 10월 5일로 각각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 발표 [사진=연합뉴스]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고용이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지난 20일 환노위 소속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부로터 받은 ‘사업장별 최저임금 영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후 도소매·음식숙박업 내 임시·일용직 계약이 종료된 곳이 늘었다.

고용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2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최저임금 인상에는 명암이 있다"며 "최저임금도 내기 어려운 소상공인들께는 경영 부담을 드렸고, 그로 인해서 그런 일자리마저 잃게 되신 분들이 있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정부는 최저임금 개편안이 국회로 공이 넘어가 여야 논의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 결과도 최저임금 인상을 고용 감소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노사관계학회가 심층인터뷰 등을 통해 조사한 것이라 대상 수도 적고, 결과를 일반화하기 어렵다”며 “현장 실태를 파악 중이고, 다음 달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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