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도입, 금융권에서 겉도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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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03-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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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BK기업은행 제공]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금융권에는 적합하지 않은 제도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1분기 주주총회에서는 별다른 이슈 없이 조용히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의 노동조합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노동이사제가 대통령 공약인 데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2017년 말 보고서에서 금융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한 데 의거한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현재로서 노동이사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은행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경영, 경제, 회계, 법률, 중소기업 등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자 중에서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것으로 돼 있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위해선 우선 정관을 바꿔야 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기업은행 이사회 운영위원회는 노동이사제를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역시 노동이사제 도입의 근거가 될 만한 규정은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기업은행의 사외이사는 은행장 추천 없이 금융위원회가 내정했다"며 "기업은행의 최대주주인 정부가 노동이사제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냄에 따라 사실상 물 건너 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동이사제 도입의 포문을 연 KB국민은행 노조는 올해 세 번째 도전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자진 철회했다. 노조가 추천한 백승헌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지향에서 KB금융 계열사 KB손해보험에 법률자문·소송을 수행한 이력이 있어 이해 상충 문제가 불거졌다.

노동이사제는 대통령 공약 중 하나로, 서울시 등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의 인권 보장과 권익 개선이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노동자가 추천한 인사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 기업 의사결정 구조가 보다 투명해져 경영자들의 전횡을 감시·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반면 경영권 침해, 의사결정 지연 및 효율성 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독 금융권에 안착하지 못하는 것은 금융권이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는 적격성 심사, 규제, 계열사 거래 제한, 영업활동 감독으로 대주주 전횡 방지 장치가 잘돼 있다"며 "은행 근로자의 권익보호 측면에서 임금·복지 등의 근로 여건이 다른 산업보다 양호해 먼저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노동이사제가 추진동력을 잃으면서 이번 은행권 주총은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대 금융지주와 시중은행 사외이사 61명 중 31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대부분 재선임되는 가운데, 신규 선임 인원은 4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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