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지나친 임대사업자 규제…전월세 시장 불안 가져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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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9-03-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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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충범 건설부동산부 기자

이달부터 임대사업자가 임차인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전·월세 전환을 할 수 없게 됐다. 임대사업자가 계약 갱신 시 임대보증금을 월 임대료로 전환하려 할 경우 임차인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이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어서다.

정부의 이번 법 개정은 일부 임대 사업자가 세입자 의사를 묻지도 않고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통상적으로 집주인은 세입자와 달리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집주인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 문제가 대두돼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권리가 한층 강화되고, 주거 안정성도 나름대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조치가 임대주택 등록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임대인은 엄연히 주택 시장의 공급책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다. 정부가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려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공급 정책만으론 사실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수면 아래 가라앉은 수많은 임대사업자들을 시장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 자체가 이미 임대사업자 역할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하지만 1년도 채 안 된 작년 8월 말 정부는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등 혜택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도 취지와 달리 임대등록이 세제 혜택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주택 임대사업 등록 건수는 지속적으로 줄었고, 올해 1월에는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월세 전환 금지는 임차인 입장에선 환영받을 만한 조치지만, 임대사업자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더욱 떨어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세를 놓을 수 있는 패턴의 폭이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세를 원하는 임대인들과 전세를 유지하고자 하는 임차인들의 미스매칭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가운데 계약 기간이 만료된 집주인들은 세입자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지도 모른다. 세입자가 더욱 사각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월세 전환 금지가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지 몰라도 임대주택 등록 자체를 위축시키고, 이는 곧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물론 더 지켜봐야겠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월세 불안 양상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어렵게 끌어올린 임대사업자에 대해 일관되게 규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임대사업자는 향후에도 추가 규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고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회 통념상 임차인이 '약자'이고 임대인이 '강자'일진 모르지만, 주택 시장에서 이들은 모두 수요와 공급을 책임지는 주요 참여자들이다. 앞으로도 임대인에 대한 일방적 규제가 이어진다면, 전·월세 수급 시스템에 더욱 균열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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