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노부부와 100마리 개들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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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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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지자체 첫 동물복지팀 만든 통영시
70대 노부부와 개 90마리 신속 구조..입양처 마련 놓고 고심

[노트펫] 경상남도 지방자치단체 가운데선 처음으로 반려동물복지팀을 만든 통영시의 동물복지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건강이 좋지 않은 노부부와 부부가 키우던 100마리 가까운 개들을 신속 구조하기는 했지만 개들의 입양처 마련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지난 17일 통영시 산양읍의 어느 산자락. 통영시 복지 및 동물복지팀 관계자들과 119구조대, 한국애견협회 통영지회 소속 관계자들, 통영시민 등 민관 합동 구조팀이 떴다.

얼마 전 우연히 처지를 알게된 70대 노부부와 개들을 구조하기 위해서였다.

노부부가 사는 곳은 인적이 드문 곳으로 주변과 왕래가 뜸했다. 할아버지는 주민들에게는 가끔 시장에 와서 생선 대가리 등 잔반을 얻어가는 '짬밥 수거 할아버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노부부의 딱한 처지가 세상에 알려졌다.

 

우연히 노 부부의 집주변을 지나던 주민이 입이 딱 벌어지는 광경을 보게 됐다. 할아버지 만큼이나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에 집에는 셀 수도 없는 개들이 살고 있었다. 

노부부는 몇 마리인지 잘 알지도 못했다. 집 안팎에는 치우지 못한 배설물들이 널려 있었고, 집밖까지 배설물 냄새도 진동했다. 주변에 이웃이 있었다면 그런 지경까지는 결코 가지 않았을 터였다.

 

노부부의 말에 따르면 10년 전 불쌍하기도 하고, 적적하기도 해서 강아지 암수 한 쌍을 키우게 시작했다. 하지만 중성화수술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고, 개들이 서로 교배하면서 새끼가 새끼를 낳고, 또 새끼를 낳아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지경까지 불어나 버렸다.



그런 가운데서도 노부부는 개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음식물을 일정 부분 나눠주는 것은 물론 그것으로도 모자라 읍내에 내려가 잔반을 구해선 다시 숨가쁜 언덕길을 올라오곤 했었단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노부부와 함께 개들 역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17일 함동 구조팀이 현장에 출동하게 됐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노부부

거동이 불편한 70대 노부부는 진찰 결과 치료 및 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내려져 시내 병원으로 이송됐다. 봉사자들이 남아 집에 쌓인 개 배설물을 치우는 한편으로 방역 작업을 벌였다.

그집에 살고 있던 개들 역시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대략 90마리 가까운 개들이 그집에 살고 있었다.

구조된 개들

50마리는 통영시가 맡아 임시보호소에서 보호키로 했다. 주로 새끼들인 15마리는 한국애견협회 통영지회에서 새주인을 찾아주기로 하고 데려갔다. 나머지 15여 마리는 마땅한 곳이 없어 펜스를 치고 노부부의 집에 두기로 했다. 물론 애견협회 지회 봉사자가 주기적으로 돌봐주기로 했다.

민선 7기 강석주 통영시장은 선거 당시 반려견 놀이터 등 동물복지공약을 내놨고, 이에 맞춰 지난 1월 동물복지팀을 출범시켰다. 경상남도 지자체 중에선 처음이었다.

덕분에 개들 역시 신속 구조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들 개들에게는 행운이라면 행운이었다. 

열흘이 지난 가운데 통영시와 구조에 나섰던 이들은 동물구조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에 봉착한 상태다. 구조한 개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것.

구조된 강아지들. 강아지들은 대부분 가족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한국애견협회 통영지회가 맡은 강아지 15마리 중 10마리는 입양 희망자가 나타났다. 새끼였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임시보호소와 노부부의 집에 있는 개들은 믹스견인 데다 성견이다. 통영시는 개들에 대해서는 백신접종은 물론 내외부 구충을 하고 중성화수술도 시켜서 입양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새가족 찾아주기가 만만치 않다. 

통영시는 27일 이들 개들에 대한 무료분양을 안내하며서 관심을 호소했다. 앞으로 읍면동 담당자 회의를 개최하여 1마을 1반려견 입양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창용 한국애견협회 통영지회장은 "구조한 개들을 전부 입양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최선을 다해 입양을 도울 계획"이라며 "부디 강아지들을 편견없이 바라봐주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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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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