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문희상 의장, 의원들에게 친전…“싸워도 국회서 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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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19-02-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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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정상화 및 개혁입법 처리 촉구

19일 오전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여ㆍ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희상 의장과 각 당 원내대표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문희상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은 19일 국회 장기파행과 관련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게 친전 서한을 보내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한다”며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문 의장은 서한에서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싸워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면서 “국민의 삶 앞에서는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이어 “촛불 민심의 제도화, 개혁입법은 제20대 국회의 책무”라면서 “그러나 무엇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대결과 정생으로 불신만 쌓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한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2월 임시 국회를 즉시 열어 민생 개혁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국회 정상화 합의에 실패했다.

문 의장은 1시간가량 이어진 비공개 회동 과정에서 “원내대표들만의 국회냐”며 여야 지도부들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친전 전문.

입춘도 벌써 지나 봄기운이 곳곳에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여러 의원님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서 지난 17일, 5박 8일간의 방미일정을 잘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방미 성과에 대해서는 기회가 닿는 대로 소상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서신을 보내는 이유는 현재 국회의 모습에 큰 우려를 갖고 있으며,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들에 대해 의원님의 협조를 간절히 청하기 위함입니다. 부디 끝까지 읽어주시고 우리 국회가 심기일전(心機一轉) 분발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의원님,지난 1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년, 임시의정원 10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2019년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며 한반도 평화, 민생경제, 정치개혁의 중대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 긴박한 2019년의 두 달이 지나는 동안 우리 국회는 무엇을 했는지 저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연 우리 국회가 국민 앞에, 민족 앞에,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1월 임시국회가 문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하고, 지난 17일 종료됐습니다. 여야정 실무협의체도 거의 3개월째 가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 본연의 임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의사일정조차 조정하지 못하고 국회는 제자리 걸음, 개점휴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치를 말 할 자격을 스스로 잃고 있습니다.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인 저부터 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루하루 초조하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우리 국민은 지난 총선과 광장의 촛불을 통해, 국회에 협치를 통한 개혁의 제도화를 명령했습니다. 제도적 완성은 개혁입법입니다.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현실입니다. 갈등조정이 아니라 갈등을 양산하는 대결과 정쟁으로 불신(不信)만을 쌓아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특히 국민의 삶과 직결된 시급한 민생법안이 쌓여가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일 것입니다. 소상공인의 특성에 맞춰 지원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소상공인기본법,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민체육진흥법, 사립유치원 비리근절과 회계시스템 의무화를 위한 유치원3법, 의료종사자 보호를 위한 정신건강증진법, 탄력근로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카풀 대책마련을 위한 택시운송사업법과 여객운수사업법, 미세먼지를 재난 범주에 포함하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 최저임금 결정기준 개선을 위한 최저임금법, 공정경제와 경제활성화를 위한 다수의 입법안 등 무수히 많은 민생법안이 국회의 논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삶과 직결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국회 주변에서는 3차례의 안타까운 분신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는 개인의 절규일 뿐만 아니라 성난 민심이기도 합니다. 국회는 지금 당장 열려야 합니다.

촛불 민심의 제도화, 개혁입법은 제20대 국회의 책무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사법개혁과 권력기관 개혁, 선거·정당·국회 등 정치개혁을 비롯해 광장의 촛불민심이 명령했던 개혁 법안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 사법개혁특위, 국회 정치개혁특위 논의는 멈춰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 정개특위에 2월 15일까지 선거제도 개편을 확정해달라고 했지만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이 상황이라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법률에 의거 3월 15일까지 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선거구획정안도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치개혁 중 국회개혁을 위한 입법은 일하는 국회를 통해 신뢰받는 국회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법안소위 의무화와 정례화를 통해 상시국회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 패스트트랙 기간을 단축하는 등 선진화법제도 개선,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제도 개선, 인사청문회와 윤리특위 제도 개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의 내용입니다. 국회법 개정안 등을 통해 이미 운영위원회에 상정돼 있습니다. 운영위에서 의결만 된다면 효율적인 국회운영에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국회개혁 법안들입니다.

제20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연말까지 불과 10개월 남짓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시간들이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국회가 민생입법, 개혁입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금처럼 지리멸렬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날 국민의 촛불이 쓰나미처럼 국회를 향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국회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싸워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합니다. 국민의 삶과 마음 앞에서는 이유도 조건도 필요 없습니다. 국회는 지금 당장, 무조건 열려야 합니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단 1%라도 올릴 수 있도록 국회의원 한 분 한 분의 열정과 분발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환절기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시기 바라며, 의원님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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