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y to G7] 日 주도 메가 FTA 줄줄이 발효…선점효과 사라진 한국

노승길 기자입력 : 2019-02-19 03:00
시장개방 손실 우려 CPTPP 가입 결정 못해 세계 무역액 40% 차지…日ㆍEU EPA도 악재 산업경쟁력ㆍ고부가 기술로 관세장벽 넘어야

[사진 = 아이클릭아트]

세계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이자 전통의 경제강국인 일본의 국제 무역시장 행보가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발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출범을 이끈 데 이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연대협정(EPA)을 지난 1일 발효, 유럽과 거대 무역권까지 주도하며 글로벌 경제영토를 넓히고 있다.

문제는 일본이 국제 무역시장에서 입김을 키울수록 우리나라 고민은 깊어진다는 점이다. 그간 양자 간 FTA 체결에서 일본에 우위를 점했던 한국으로서는 일본이 FTA 중심국으로 서게 되면 상대적으로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韓, CPTPP 가입 고민··· "철저히 실익 따져야"

CP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칠레, 베트남, 페루,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FTA다. 미국이 탈퇴했으나 여전히 세계 무역의 15.2%(2017년), 우리나라 수출의 23.3%를 차지한다.

현재 한국은 CPTPP의 경우 아직 가입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득실을 따지고 있는 상황이다.

CPTPP 가입을 통해 다자 통상체제를 확대함으로써 국제 무역시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과,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일본과 양자 간 FTA를 맺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면 한국 산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한 11개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9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 CPTPP가 아니더라도 기존 FTA를 통해 시장개방 효과를 누리고 있어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이들 국가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할 때 누려온 FTA 이점은 사라진다는 점이 껄끄럽다. CPTPP 전에는 일본이 캐나다, 호주 등에 수출할 때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한 우리나라보다 높은 관세를 냈지만, 앞으로는 수출 조건이 비슷해진다.

통상 전문가들은 향후 CPTPP에 더 많은 국가가 가입하고 영향력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 가입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향후 CPTPP를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 분야인 디지털 통상 등에 대한 규범 논의가 진행될 경우 우리나라가 배제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한·일 시장개방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CPTPP는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그렇게 되면 만성적인 대(對)일본 무역적자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실익을 우선해 가입 여부를 결정하려는 배경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막연한 불안감이나 정무적 고려만으로 가입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비용편익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PTPP 가입은 사실상 한·일 FTA 체결이 된다. 기존 11개국 외 국가가 추가로 가입하려면 CPTPP에 따른 시장개방은 물론 11개국 요구사항을 수용해야 한다.

김 본부장은 "예를 들면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판결 철회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요구할 수 있다"며 "CPTPP 규범을 우리가 100%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그간 위생검역(SPS) 조치로 불허한 사과와 배 수입 허용, 면세유 지원 불허, 데이터 현지화 금지 등을 수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높아지는 보호무역 장벽을 뛰어넘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산업경쟁력과 기술력"이라며 "CPTPP도 우리 산업경쟁력이 일본보다 우위라면 참여 결정이 덜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日·EU EPA 악재··· 한국 기업 '비상'

일본과 EU의 EPA 역시 한국으로서는 악재다. EU로 수출되는 일본산 제품의 99%, 일본으로 수출되는 EU산 제품의 94%에 대한 관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과 EU의 EPA는 인구 6억4000만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 전 세계 무역액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경제권이다.

EU는 일본산 자동차부품과 전자제품·화학제품 등의 관세를 즉시 철폐하며 현재 10%를 부과하는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2026년까지 완전히 없앤다. 일본은 유럽산 와인의 관세를 즉시 철폐한다.

이는 곧 우리나라가 앞서 EU와 체결한 FTA 선점 효과가 사라지며 유럽 시장에서 일본산 제품과 치열한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 상품은 2011년 발효된 한·EU FTA 영향으로 EU 시장에서 일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EPA 체결로 일본 제품 대부분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이 같은 혜택은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가 EU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EU가 추진하는 친환경·디지털화에 맞춰 연구개발 기술협력, 혁신, 기술 표준화 등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묵 코트라 경제통상협력본부장은 "EPA가 우리 수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한·EU FTA에 따른 선점 효과를 잃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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