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인터뷰] "백살까지 살려거든 늘 움직이고 배워라 어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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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박승호 기자
입력 2019-02-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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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화 세계적 권위자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 수혜복지 더 이상 곤란 '저비용 장수사회' 만들어야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사진=박승호 기자]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노화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다. 나이가 70이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다.
노화 예방을 연구해선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활기차다.
나름의 장수수칙을 갖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자. 끝까지 움직이자. 새로운 것을 찾아보자. 세 가지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지난해 1월 전남대 의대 의생명융합센터로 직장을 옮겼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노화학회장, 국제백세인연구단 의장을 지냈다.
국민훈장 모란장, 올해의 과학자상,유한의학대상을 받았다.
1980년부터 30년 넘게 서울대 의대 교수로 일했다.
2013년에는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장으로 근무했다.
무등산 정상까지 환히 보이는 화순 전남대의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 전남대로 일터를 옮긴지 1년이 지났다. 요즘 생활은.
“50년 동안 타지에서 살다가 고향에 와서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하지만 오라는 곳이 많아서 서울로, 대구로 일주일을 쪼개면서 지낸다. 지난 시절 자식이라고 하지만 명절용이었다. 명절 때 왔다가 금방 가는... 부모님이 함께 계실 때는 걱정 안했다. 그런데 2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자 어머니 건강이 갑자기 나빠졌다. 의욕을 잃고 만사를 귀찮게 생각하셨다. “느그 애비가 나를 부르는갑다”고도 하셨다. 장남인지라 겁이 덜컥 나서 ‘나 광주 갈라네’하고 곧바로 짐싸서 내려왔다. 아내와 가족은 서울에 있고 혼자 왔다. 아침에 어머니가 깨워 주고 밥상 차려 주신다. 나이 먹은 아들이 팔순 어머니 부려먹는다는 타박을 듣지만 “저놈 먹여야지”하면서 움직이시도록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사시라고. 여동생들이 가까이 살고 있어서 함께 돌봐드린다. 광주로 내려올 때 두 가지를 다짐했다.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드리고 시간 내서 어머니 곁에 있자고. 지금까지 못해드려서다. 내 평생 가장 행복한 때다. 어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TV드라마 본다. 아침 저녁 모두 볼 때도 있다. 막장드라마 참 많더라”

-100세 시대라고 한다.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고 초장수시대는 평균 연령이 85세 이상인 때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 노인 평균 나이가 85세, 남자는 79~80세다. 초장수시대가 머지않았다. 85세 이상 노인이 많은 세상, 초장수사회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제 고민해야 할 때다”

- 정부가 고민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노인이 많아지자 여기저기서 ‘수혜복지’를 자꾸 외친다. 국가가 노인을 책임질 수 없다. 언제까지 할 것인가. 못한다. 더 이상 곤란하다.국가가 파산되고 말 것이다. ‘저비용 장수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돈이 안드는 장수사회다. 핵심은 노인이 스스로 독립해서 자기 일을 하면 된다. 신세 지지 않고 살도록 해야 한다. 안하려고 하니까 자식이나 주변인들이 대신 하게 되고 인건비 들어가는 것 아닌가. 한도 끝도 없다”

- 대안이라면.
.“쓴소리 하나 하겠다. 노인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이나 체면을 생각해서 남이 끼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정부 당국자나 자치단체, 시민단체들이 ‘우리가 전부 다한다’면서 프로그램을 주도한다. 하려면 확실하게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지원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한노인회다. 우리나라에 경로당이 2만개가 넘는다. 대한노인회가 모든 경로당을 운영한다. 바꿔야 한다. 경로당(敬老堂)의 敬자부터 바꿔야 한다. 노인을 받드는 것만으로 안된다. 즐길 락(樂), ‘낙로당’으로 바꿔야 한다. 단어만 써먹고 바꾸려 하지 않는다”

-서울대 교수 시절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시했잖은가.
“대한민국에 메시지를 보내자는 생각으로 캠페인을 벌였다. 1996년 서울 종로 파고다 공원 무료급식소에서 밥먹고 나서 쉬고 있는 노인들을 본 것이 계기다. ‘저것이 우리 노인들의 앞으로 모습이다. 저걸 개선하려면 캠페인을 벌이자’고 맘먹었다. 노인들을 움직이게 하고 싶어서 안무가에게 요청해 ‘우리춤체조’, 전통춤체조를 만들었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돼 있다. 전국에 알려져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전국대회를 열었다. 지금은 문화센터에서 하고 있다. 또 하나, 남성노인을 위해 요리강습을 했다. 먹는 걸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는 데는 핑계가 있어야 한다. ‘골드쿡’ 켐페인을 벌였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문화센터에서 처음 시작했다. 그랬더니 노인들이 “세상에 쉬운 것이 요리다” 고 하더라. 스스로 자긍심이 생긴 거지. 남자들은 어머니와 아내가 해주는 요리먹고 살았고 후반기에는 딸에게 신세진다. 그것도 안되면 굶는다. 먹는 것도 귀찮아한다. 지난해부터는 키워드를 ‘노인독립운동’으로 정했다. 노인 홀로서기를 통해서 성취감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다”

-노인들도 스스로 변해야 하지 않겠는가.
“피동적으로 살지 않고 능동적이어야 한다. 얻으려고만 하지 말고 줘야 한다. 줘야 긍지가 생긴다. 시대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세상을 몰라도 되는 시대가 아니다. 사는 것을 배워야 한다. 배워버리면 되는데 ‘옛날에 어땠는데...’ 하면서 버틴다. 고집부린다. 그래서 내가 시작한 것이 ‘하자, 주자, 배우자’ 운동이다. 서울대에서 ‘3기인생대학’ ‘미니메드스쿨’ 만들어 운영했다. 은퇴 후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다. ‘3기인생대학’ 졸업 후에 상당수가 다시 대학,대학원에 진학했다. ‘미니메드스쿨’은 의학강좌 시리즈다. 강좌를 듣고 사람 몸에 대해서 떠도는 얘기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건강을 책임지라는 것이다. 효과가 컸다”

-‘100세 시대’라는 말을 처음 한 것으로 아는데.
“맞다. 서울 의대교수 때인 1989년부터 한국노화학회, 노년과학연합회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우리나라가 이제 곧 고령사회에 들어가니 대비해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1990년대 초까지 사회적으로 무관심했다. 1994년 서울대의대 체력과학연구소를 체력과학노화연구소로 바꾸고 노화연구를 본격적으로 했다.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곧 고령사회가 온다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래서 2001년 ‘한국100세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2002년 대통령선거 때 후보들이 마침내 관심을 보여 ‘100세 시대’가 최대 화두가 됐다”

- 애당초 암연구를 했는데.
“서울대 의대생화학 교수 시절 암연구를 했다. 그러다 1980년대에 암세포는 증식되지만 노화세포는 증식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암과 노화를 비교, 연구하게 됐다. ‘트랜스글루타이네이즈’라는 효소 하나를 발견했다. 분자를 붙이는 생체아교(생체풀)다. 암세포에서는 이 효소가 없어지고 노화세포에서는 많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세계 최초다. 이때부터 노화분야를 연구해 세계노화학회에 새로운 화두를 내놓게 됐다. 또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았다. 운이 좋았다”

- 장수하는 사람들 공통점은
“북제주군을 비롯한 제주도가 장수인구가 가장 많다. 다음이 지리산 자락의 ‘구곡순담’ 구례,곡성,순창,담양지역이다. 강원도 인제, 화천, 경북 안동, 예천 지역도 유명한 장수마을이다. 섬이나 산악 구릉지역이다. 외국의 경우 일본 오키나와, 나가노 지역이나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그리스 크레타섬이 손꼽히는 장수촌이다. 현지 조사를 한 결과 이곳의 장수자들은 하나같이 쉼없이 움직인다. 90살, 100살이 돼도 자기 일을 한다. 텃밭에서 일하거나 산간에서 언덕을 오르내린다. 이웃들과 잘 어울린다. 음식을 먹되 정해진 시간에 적당하게 먹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음식 이를테면 된장, 김치, 고추장, 청국장, 두부 같은 음식을 즐겼다”

- 장수는 유전된다고 하는데.
“유전적인 요소는 20% 남짓이고 대부분 생활습관, 주변 환경이 좌우한다. 또 보약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보약 먹고 100살 되는 사람 없다. 불로초 개념 때문에 약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낡은 장기 교체, 일부는 가능하지만 문제점이 많다. 암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 남녀 간 차이는.
“있다. 여자가 더 장수하고 금슬좋은 부부가 장수한다. 장수 할머니들이 할아버지들보다 열배나 많다. 선진국의 경우 백세인 남녀 비율이 1:4~1:7 정도인데 한국은 1:10이다. 할머니들은 나이를 먹어도 손수 음식을 해 먹지만 할아버지들은 그렇지 않은 편이다. 조리를 하면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게 중요하다. 서울 종로2가 파고다공원에서 점심때 무료급식소가 여는데 줄 서 있는 사람들 다수가 할아버지다. 점심 먹고 나서는 쭈그리고 앉아 지낸다. 움직이지 않는다. 부부금슬이 좋으면 오래 산다. 이들은 한 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협력한다. 이를테면 할머니 심부름을 할아버지가 하는 방식이다.”

-오래 살려면.
“병에 안 걸려야 한다. 특히 퇴행성 질환이나 암,신경성질환,심장,당뇨,관절통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 또 사고를 당하지 말아야 한다. 장수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질병예방과 사고방지다. 몸을 다쳤다면 다친대로 움직여야 한다. 심해지지 않고 좋아진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는 건전한 생활,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 정신적으로 안정되는 것이 좋다. 친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신앙생활도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 박자로 살았다. 일하거나 놀거나. 죽어라 일하고 놀 때도 죽어라 논다. 중간에 쉬는 게 필요하다. 취미나 신앙생활도 ‘쉬는 것’에 해당된다. 장수사회가 되면서 쉴 줄 알아야 한다. 또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 잘사는 것이다. 가치가 있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혼자 사는 노인, 집없는 노인이 많다는 점이다. 앞으로 관심사는 ‘100세 노인이 어떻게 사느냐’다. 장수촌 ‘구곡순담(구례 곡성 순창 담양)’은 보수적인 전통사회인데 이곳에서는 20년 전 혼자 사는 100세인이 10%였다. 지금은 30%로 늘었다. 놀라운 일이다. 전국적으로 독거노인은 40%를 넘어섰다. 또 큰아들이 100세인 80%를 모셨는데 지금은 40%로 줄었다. 딸이 부양한 경우가 5%였지만 지금은 25%로 늘었다. 구곡순담에서도 이렇게 변하고 있다. 다른 지역은 이보다 더 처참할 것이다. 전국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또 하나, 옛날에는 노인에게 자기집이 있어서 거기서 살다가 죽었다. 지금은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모신다. 자기집이 없다. 떠돌이 노인이 많다는 것, 큰 사회문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세상에 초고령사회 장수사회 화두를 던졌다. 광주전남은 국내에서 유일한 초고령사회다. 이 지역을 축으로 미래 초고령사회 패러다임을 만들고 싶다. 선행적인 상황이니 우리가 선도적으로 혁신적으로, 수혜복지 대신 노인들이 당당하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돕고 싶다. 제자들이 별로 없어 Total Approach팀 짜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남 화순에서 ‘함께하는 노화’를 주제로 국제노화심포지엄을 열었다. 서울대 명예교수 8명과 일본 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올해도 열고 싶다. 의제를 새로 정해서 하자고 하면 모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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