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졸속 논란 '한국판 CES', 역시나 볼거리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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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9-01-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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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일 DDP서 '한국 전자IT산업 융합 전시회' 개막

  • 졸속 일정에 업체 관계자들 "큰 의미 없다" 불만 토로

  • 성윤모 장관 "혁신 기술 최대한 빨리 선보이자는 취지"

2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한 '한국형 CES' 한국 전자IT산업융합 전시회 LG전자 부스에 전시된 'LG 클로이 수트봇'. [사진=백준무 기자]


"이거 어떻게 움직이는 거예요?"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막을 올린 '한국형 CES' 한국 전자IT산업융합 전시회 내 LG전자 부스에서 관람객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이들의 호기심이 쏟아진 대상은 'LG 클로이 수트봇'이다. 클로이 수트봇은 웨어러블 로봇으로, 사용자가 일정 각도 이상으로 허리를 굽힐 때 근력을 보조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시연되면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에서 클로이 수트봇은 마네킹에 입혀진 채 고정된 형태로 전시됐다. CES와 달리 별도의 시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관람객들은 부스 안내직원의 설명을 듣고서야 전시된 제품이 로봇임을 알아차리기도 했다. CES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올레드 폭포'는 공간 문제로 아예 설치되지 않았다.

로봇전문업체 유진로봇도 사정은 마찬가지. 유진로봇은 CES에서 공개한 자율주행 물류배송 로봇 '고카트'와 로봇청소기 등을 선보였지만 협소한 부스 공간 때문에 단순 '전시'에 그쳤다. 움직이지 않는 로봇을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관계자들이 호객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 'GEMS' 또한 시연은 없었다.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막을 올린 '한국형 CES' 한국 전자IT산업융합 전시회 전경. [사진=백준무 기자]


수백명이 행사장을 찾으며 북적이기는 했지만 상당수 관람객들은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며 "이런 전시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나마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부스에 대부분의 관객이 몰렸으며, 중견·중소기업 부스는 한산했다.

관련 보도를 접한 뒤 행사장을 찾았다는 한 20대 남성은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작고, 볼 게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의 주최로, 국내 기업의 핵심 제품과 혁신 기술을 소개하고 기업 성과를 공유한다는 취지로 열린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랩스 등 대기업은 물론 코웨이와 유진로봇 등 중소·스타트업 35개사 등 총 40개 업체가 참여했다.

'한국형 CES'를 표방했지만 개막 전부터 행사가 졸속으로 치러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행사 11일 전인 지난 18일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정을 통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8일 오후 늦게 일정을 전달받아 사실상 21일부터 준비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장소 대관비는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부스 공간 조성 비용은 우리가 내는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정보기술(IT)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은 CES 당시 미디어를 통해서 무수하게 접했다"며 "똑같은 제품을 전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CES에서 공개된 혁신 기술과 제품을 최대한 빨리 국민들에게 선보이고자 한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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