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AI 만난 헬스케어' …올초 CES서 급부상한 이유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우리는 지금 기술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기술패권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가 세상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제 AI 등 기술 트렌드를 모르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영도 어려운 시대다.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며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기술박람회 CES(소비자전자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이 가속되면서 미국이 중심인 CES에 중국 선도 기업들이 참여하기가 어려워지자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가 중국 기업 중심의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기술 전시회로 역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기업 솔루션·장비 중심인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포함한 세계 3대 기술박람회가 제시하는 기술 트렌드에 대한 분석과 이해는 국가 및 기업 경영 전략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올해 CES가 제시한 가장 중요한 기술 트렌드가 AI 대전환의 확산, 즉 AI가 모든 산업의 기본 인프라가 되고 있다는 점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함께 올해 가장 두드러진 산업 트렌드는 헬스케어 분야의 급부상이라 할 수 있다. CES가 거의 60년간 개최되면서 주도적 산업 분야는 계속 추가되어 왔다. 초기에는 주로 가전 분야 중심이다가 ICT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2000년대부터 자동차 분야가 추가되고 육해공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지난 수년간 헬스케어 분야가 CES에서 가장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단지 CES에서 이 분야 전시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넘어 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가 급속히 확대될 전망임을 시사하고 있어 우리 기업과 정부에 주는 향후 전략적 의미가 크다.
 
CES 2026에서 헬스케어가 크게 부상한 배경을 분석해 보면 먼저 세계가 대전환 시대에 접어들며 환경·사회·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협과 불안이 고조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가 2020년부터 코로나 팬데믹의 대충격을 겪으며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는 등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점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ES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 2021년은 사상 최초로 온라인으로 열리고 2022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혼합 형식의 반쪽 전시회로 열려 파행을 면치 못했다. 2023년은 팬데믹 직전에 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던 2020년 대비 70% 수준으로 개최되었으나 헬스케어 분야만큼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며 올해까지 계속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보건·의료 문제를 비롯한 인류의 지속 가능성 확보가 기술 혁신의 궁극적 목적으로 부각되면서 인류의 건강 및 보건을 다루는 헬스케어 분야는 앞으로도 CES는 물론 세계 산업의 가장 중요한 분야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인구구조 변화도 중요한 헬스케어 분야 급부상의 배경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 되고, 2050년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21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듯 빠르게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헬스케어 산업은 단순 의료 서비스 영역에서 거대한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즉 고령층 증가는 당뇨, 심혈관, 치매 등 만성질환 확대를 가져오고 이는 일시적 치료가 아니라 지속적 관리를 필요로 하여 평생 관리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하며 헬스케어 수요의 폭증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에 대해 CES 2026이 제시한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로, 헬스케어 패러다임이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병원’ 중심에서 ‘가정’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에 따라 기술 트렌드도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기계 장비가 고장 나서 수리를 하게 되면 막대한 수리비용은 물론 가동 중단에 따른 영업 손실은 기업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되는 것처럼 사람도 병이 나서 병원에서 치료하게 되면 의료비용은 물론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한 데 따른 손실이 막대해진다. 따라서 병이 나서 병원에서 치료받기 전에 가정에서 관리를 잘하여 병을 예방하자는 것이 헬스케어 패러다임 혁신의 요체다.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일상에서 건강·생체 관련 데이터를 측정·수집하고 AI로 방대한 데이터의 패턴을 해석하여 이상 징후 조기 탐지, 질병 위험 예측, 생활습관 코칭, 임상 의사결정 보조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CES의 핵심 메시지다. CES 2026은 다양한 제품 전시를 통해 바로 그 전환이 본격화됐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Abbott, Garmin, 프랑스의 Withings, 네덜란드의 필립스, 캐나다의 Nuralogix, 일본의 오므론, 파나소닉, 중국의 레노보, Amazfit, 인도의 Ultrahuman, 한국의 삼성전자, 눔 등 세계 주요국 헬스케어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패러다임 혁신은 AI와 센서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데이터의 수집을 넘어 AI 기반 해석을 통해 필요한 행동 및 조치의 추천까지 이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몸에 착용하여 각종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센서로서 웨어러블 장치가 CES 2026의 새로운 트랙으로 전면에 부각되었다. 체온, 혈압, 심박수 등은 물론 혈당, 호르몬, 젖산, 심박변이, 수면, 스트레스, 대사 건강 등 다층적인 생체신호 측정 플랫폼으로 부상했다. 이는 ‘측정 가능한 바이오 마커의 일상화’라는 큰 트렌드를 만들었고 CES 혁신상을 받은 미국의 Dexcom, Mira, 캐나다의 Eli Health, 홍콩의 PointFit, 한국의 초이스테크놀로지, 보보 등이 대표적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둘째로, 헬스케어의 목적으로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인류의 기본적 요구인 ‘장수’가 새로운 화두로 부각되었다. CES 2026은 ‘장수’를 항노화만이 아니라 신체 및 정신 기능 유지, 질병 예방, 독립생활 연장의 문제로 다뤘다. 이는 기계 장비나 시스템이 데이터 기반 디지털 트윈 기술과 AI의 융합으로 고장 예측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고장 없는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진 것처럼 인체도 유전자 분석, 각종 건강 및 생활, 생체 데이터 수집으로 휴먼 디지털 트윈 구축이 가능해지면 AI를 통해 조기 질병 위험 예측 및 대응으로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장수’에 기여할 것이다. 인류 건강의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는 비만 대응도 GLP-1 등 단일 약 처방보다 약물·식단·운동·수면·모니터링 등 데이터와 AI 코칭이 결합된 플랫폼형 비만·대사 관리 서비스로 재편되며 ‘장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셋째로, 수면을 헬스케어의 중요 분야로 다루는 SleepTech, 급증하고 있는 정신 건강 문제를 다루는 Mental Health, 여성 건강을 다루는 FemTech 역시 데이터 및 AI 기반으로 확대되었다.
 
CES 2026의 기술 트렌드에 따라 우리 헬스케어 기업과 정부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헬스케어가 AI, 데이터, 센서, 디바이스, 서비스 등이 융합된 플랫폼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어 우리 기업은 지속적 건강 데이터 확보, 예측·코칭 중심의 AI 역량 확보와 함께 ‘가정’ 및 ‘예방’ 중심 헬스케어 솔루션을 확대하고 고령층 대상 제품·서비스 개발로 ‘장수’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 정부는 헬스케어 패러다임 혁신 추세에 부응하여 OTC(Over the Counter)라 불리는 비처방 의료제품, 원격 의료 등을 비롯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데이터 표준화 및 활용 체계 등 데이터 생태계 구축, 고령사회 대응 산업 정책 강화, AI 기반 헬스케어 제품의 인증·신뢰 체계 구축 등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CES 2026은 헬스케어가 ‘질병 치료’에서 ‘삶의 질 관리’ 산업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에 진입했음을 보여주었다. 초거대 규모 산업으로 급성장 중인 헬스케어 분야에서 우리 미래 먹거리를 찾고 세계를 주도하는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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