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두고 반으로 쪼개진 세계..美 "자유의 편에 서라"vs러 "내정간섭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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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1-2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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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유엔 안보리서 과이도 과도정부 지지 호소

  • 베네수엘라ㆍ러시아, "반정부 쿠데타 시도 말라"

  • 베네수엘라 군부에서 첫 이탈자..추가 이탈 주목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사태를 둘러싸고 세계가 반으로 쪼개졌다. 2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을 주축으로 한 반(反)마두로 진영과 러시아를 위시한 친(親)마두로 진영이 정면 충돌했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고 시위대의 절대적 지지 속에서 과이도 국회의장이 23일 임시대통령에 오르면서 극도의 정국 혼란에 휩싸여 있다.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의 유혈충돌로 26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고 26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미국은 세계에 “자유의 편에 설 것”을 호소하면서 과이도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를 부추긴다면서 정면 대치했다고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은 과이도 과도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안보리 성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과이도 국회의장이 국제사회에서 베네수엘라의 지도자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보리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채택이 어려울 전망이다.

안보리 회의장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마두로 정권의 사회주의 실험”이 베네수엘라 경제를 파탄에 빠뜨렸다“면서 “안보리 모든 회원국들은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정권 교체와 과이도 임시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치른 조기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한 미국은 지난주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 과도정부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했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캐나다 등도 동참한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마두로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지난 수년 동안 베네수엘라에 쏟은 무분별한 투자와 지원금을 회수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은 미국 측에 힘을 보냈다. 이들 국가는 앞으로 8일 안에 베네수엘라에서 새로운 대선 계획을 발표하지 않을 경우 과이도 임시대통령을 공식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26일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 대표 역시 26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유럽이 무슨 자격으로 남의 나라 선거에 대한 데드라인을 정하느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러시아도 가세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를 기획하는 게 미국의 목적“이라면서 ”베네수엘라를 극심한 분쟁의 수렁으로 몰아넣으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베네수엘라를 두고 국제사회가 평화로운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유혈사태나 내전, 혹은 강대국들의 대리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베네수엘라의 무역장관이었던 모이세스 나임은 “베네수엘라에서 누구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마두로 정부는 미국과의 즉각 단교 방침에서 한 발 물러나 양국 수도에 이익대표부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6일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의 과이도 공식 인정에 반발해 미국과 단교를 선언하고 72시간 안에 미국 외교관에 모두 떠날 것을 명령했었다. 그러나 마두로 정부는 이익대표부 유지 방침을 밝히는 한편 미국 외교관 철수 시한을 30일로 연장했다. 

카라카스 소재 베네수엘라중앙대학교의 카를로스 루나 국제관계학 교수는 마두로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권력의 손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수는 "마두로 대통령은 당초 미국을 강하게 위협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면서 "세계 최강국 미국을 위협하면서 외교관을 추방하게 되면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마두로 대통령을 든든하게 지원하던 군부도 흔들리기 시작한 모습이다. AFP에 따르면 워싱턴에 파견된 베네수엘라의 군부 고위급 인사인 호세 루이스 실바는 26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면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군부에서 첫 고위급 인사의 이탈이다.  

미국이 군부 고위 인사에 대한 제재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실바를 시작으로 군부의 연쇄 이탈이 나올지 주목된다. 과이도 의장은 군인들이 마두로 대통령을 버리고 자신을 지지하면 사면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군부 설득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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