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미중관계 大분석] ⑧ 미국과 중국, 패권경쟁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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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입력 2019-01-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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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中 외교적 관여 계속되지만 무력충돌 자제할 것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다. 두 나라 간의 패권경쟁으로 무력충돌설이 대두되었기 때문. 이는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파가 내세우는 주장이다. 축적되고 향상된 경제력을 갖춘 국가가 경제, 안보, 정치, 외교, 문화 등의 다양한 이유로 대외적 확장하려는 속성 때문이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시절에는 해외시장의 개척을 이유로, 자본주의 시절에는 국제 노동의 분업을 이유로, 지금은 국제질서와 제도 개선을 위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욕구 때문으로 설명한다.

오늘날 우리가 미·중 간의 패권경쟁을 우려하는 이유는 미·중 양국이 소위 ‘영향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어떤 양상으로 두 나라의 관계를 개진할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주의의 프레임은 단순하다. 신흥부상국과 기존의 패권 국가 간의 패권경쟁이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인식한다. 이는 기존 패권국이 신흥부상국의 영향력 발휘를 저지하고 기존의 질서와 제도를 수호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결과로 규정한다. 특히 양국 간의 질서와 제도에 대한 이견이 협상과 타협을 보지 못할 경우 '필연적인 결과'라고 확신한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시작된 것은 사실이다. 세계 차원에서의 경쟁이 아니라면 최소한 지역 차원에서 경쟁은 시작됐다. 이는 21세기 중국의 외교적 행보에서 드러났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비롯해 ‘ASEAN Way(개방지역주의)’의 수용, ‘BRICS(신흥개도국)의 관계’ 강화, ‘신안보 개념(대화와 협상을 통한 분쟁 해결)’의 소개, ‘핵심이익(영토주권과 통치 및 발전 권리에 대한 도전 불허)’의 설정과 ‘신아시아 안보개념(아시아 문제는 아시아인이 해결)’의 강조 등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이를 정리하면 중국은 제3세계 국가와의 관계를 토대로 타국의 관여를 무력으로라도 수호하겠다는 자국의 핵심이익 테두리를 설정했다. 이의 범주 내에서 최소한 동아시아지역에서나마 중국 외교의 중추적 원칙인 평화공존 5항원칙과 국제분쟁의 해결 원칙을 규정하는 신(新) 안보 개념의 원칙을 규범으로 하는 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

중국의 동아시아지역 질서와 제도에 대한 구상은 당연히 미국의 동맹체제에 기반한 지역질서에 반한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대한 영토주권의 주장과 이를 핵심이익으로 결부시키는 것이 기존의 지역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다. 미국이 이 같은 인식을 견지하면서 대중국 억지력을 동맹 체제의 강화를 통해 이룩하려는 수순이 현실주의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미국의 동맹체제 강화 노력이 중국에 매우 공세적이고 공격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에 방어력을 제고하려는 중국의 군사적 대응은 안보 딜레마를 야기한다. 즉, 나의 방어가 남에게는 공격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군비경쟁이 따르고 군비경쟁의 가열은 힘의 논리가 전략적 사고를 지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양산한다. 군비경쟁에서 경쟁력을 잃는 나라가 도발할 공산이 매우 크다. 신흥부상국가이든 기존의 패권국이든 상관없다. 이론은 역사에 따라 신흥부상국의 도발을 점친다. 독일과 일본이 과거에 그러했듯이. 역으로 패권국의 도발도 예외는 아니다. 이게 소위 말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론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실은 미·중 간의 이런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일축시키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 야심과 미국의 중국을 관리(manage)하려는 경쟁적 관계는 도처에서 지속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양상이 현실적으로 무력 충돌로 이어지기까지는 매우 요원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 누구도 무력으로 상대방을 완패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국력은 그야말로 종합적인 국력을 갖추고 있다. 경제에서 정치, 외교, 군사와 문화 영역에서까지 이들 나라의 국력 기반은 전면적이다.

과거처럼 어느 한 영역을 집중 공격한다고 해서 기대치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다. 공격 대상국의 국가 기반을 초토화하기에는 두 나라 모두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두 나라 모두 슈퍼 강국의 면모를 갖췄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과 중국 양국 간 또는 양국에 대한 세계의 상호의존도로 설명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국력 규모가 미국이 쓰러뜨리기에 과대해진 것이다.

오늘날 중국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총생산량(GDP)의 15%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미국은 25%다. 군비경쟁이나 전쟁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굴복시킬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즉, 한입에 삼키기에는 버거운 크기로 중국이 성장했다. 과거 냉전 때 미국이 소련을 군비경쟁으로 와해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소련의 국력이 오늘날 중국의 절반도 안 됐기 때문이다. 소련의 경제 규모가 세계 비중에서 최고치를 기록할 때도 7%에 불과했지만 당시 미국은 30% 이상이었다. 이에 미국은 소련과의 군비 경쟁의 레이스에 쉽게 임할 수 있었다.

1938년 2차 세계대전 발발 1년 전 독일(8.7%)의 경제 규모는 이미 침략 대상국이었던 러시아(8.9%)와 대등했고 영국(7.1%), 프랑스(4.6%)를 추월했다. 막강한 경제력으로 독일은 당시 470만의 정규군을 갖춘 유럽 최강의 군사 대국이었기에 세 나라를 상대할 수 있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중국은 미국 경제력의 60%를 선회하고 있다. 이런 요인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대한 초강수의 압박 전략을 자제하고 있다. 그래서 감히 말하지만 두 나라의 이런 국력 구조가 유효하게 존재하는 한 무력 충돌이 섣불리 일어날 수 없다. 단순 수치의 비교에 맹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력과 종합 국력 및 국방력과의 상관관계의 관점에서 무시할 수는 없다. 전쟁은 무력으로 대상국의 국가 기반 붕괴와 굴복이 유발 가능할 때만 동원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도 중국이 증강하는 영향력으로 기존의 질서와 규범을 과도하게 훼손하지 않게 외교적 관여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여가 때로는 군사적 위협으로도 표출될 수도, 군사적 긴장으로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양국 간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은 세계 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의 현명한 판단으로 자제될 것이다. 그 나쁜 결과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질서와 규범의 와해뿐 아니라 지구촌의 멸망을 의미한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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