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늦은 ‘임세원법’ 추진…죽어야만 법이 바뀌는 진실

이정수 기자입력 : 2019-01-05 09:18
지난해 9월부터 5개월간 윤창호법·김용균법 등 이어져와…국회서도 '국민 희생 후 법안 개정 부끄럽다' 자성 목소리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망으로 진료현장 내 의료인 보호와 폭행 방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임세원법’이 논의되면서, 누군가의 죽음 뒤에야 법이 고쳐지는 행태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가 진료 중 의료인 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추진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한다.

지난해까지도 끊이지 않고 발생한 의료인 폭행을 방지하는 것은 의료계 숙원 중 하나였다. 때문에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료인 폭행이 연이어 수시로 발생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그 노력 끝에 응급실 내 의료인 폭행 시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일반 진료현장에서의 폭행 방지를 위한 개정안은 현재까지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임 교수 사망 이후 정부에 이어 국회에서도 의료인 폭행 방지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같은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윤창호법’과 ‘김용균법’은 20대 청년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되고 나서야 마련됐다.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곳곳에서 제기돼왔지만, 결국 이를 반영한 ‘윤창호법’은 지난 9월 윤창호씨 사망 사건 이후에 추진돼 지난달에서야 국회를 통과했다.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원청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것도 지난달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건이 발생되고 나서였다. 이미 수년전부터 해당 내용을 담은 여러 개정안이 발의돼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론 질타가 이어지고 나서야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매번 정치권에서는 여론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에 따른 질타가 쏟아지고 나서야 뒷북 대응에 나선다는 지적이 지지를 받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부분에서 자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번 임 교수 사건에 대해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윤창호법, 김용균법을 통과시켰는데 국민의 죽음·국민의 희생이 있고, 그리고 나서야 만들어진 법이라는 점에서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부끄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약 5개월 만에 윤창호법, 김용균법, 임세원법 등 큰 사망사건과 함께 법안이 추진되면서, 국회·행정부 등은 이같은 행태도 방지할 수 있는 방안까지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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