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검찰의 절박함에 손잡을 수밖에 없다"...재심전문 변호사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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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4-2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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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해 온 윤모(52)씨의 공동변호인단 박준영 변호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019년 11월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과 '8차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을 변호해 온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다"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27일 오전 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름이 이름이 법이 될 때, 이름으로 법을 만들 때'라는 제목을 달고 "공청회도 한 번 열지 않고 법을 뚝딱 만든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헛웃음이 나오다가 분노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법은 국회에서 만들지만, 국회는 우리로부터 입법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이다"라며 "이 간단한 민주주의 원리는 여론과 국회가 맞물려가며 이름이 법이 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이고도 선명하게 드러난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김용균, 김태완, 김민식, 임세원, 김관홍 등 이름이 법이 된 사람들의 아픔과 상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여줬다"라며 "그 이름으로 졸속 입법을 강행하려는 국회의원들, '법이 된 이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정의당 의원들의 '정의'가 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압도적인 관심을 불러온 어떤 사건 자체에 너무 몰두하면 본질을 놓쳐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대중의 분노를 자아내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국회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차분하게 논의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문제만을 건드리는 손쉬운 법을 뚝딱 만들어내는 일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강행하는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은 헤아릴 수 없는 형사사건에 그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는데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다"라며 "한때 공동 변호인이었던 박주민 의원님, 의원님이 변한 건가? 아니면 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저는 공안 사건에서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검사들과 싸웠던 사람이다. 국정원이 개입된 것으로 보이는 고소사건으로 수사도 받았다. 지금도 탈북민 간첩사건의 재심을 준비 중"이라며 "지금은 검찰의 절박함에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이게 옳다는 걸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재심'의 실제 주인공인 박 변호사는 지난 2008년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의 변호를 맡아 국가 기관의 도움 없이 형사 재판 재심에서 처음으로 무죄를 이끌어 냈다. 이후 재심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며 나래슈퍼 강도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 부산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8차 화성 연쇄살인사건 등에서 모두 무죄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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