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해외 유출 막는다"…해외 M&A 승인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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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9-01-0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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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기술유출 시 기업 손해 3배 물어줘야…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 신고포상금 현행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확대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가 산업기술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산업기술보호법을 제정, 기술유출을 막아왔다. 그러나 2013년 이후 전기·전자, 기계 등의 기술유출 또는 유출 시도가 적발된 일만 156건에 달하고 있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자동차 엔진 변속기 등 국가 핵심기술이 25건이나 돼 문제의 심각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외국기업이 인수·합병하는 경우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 등 기술 유출자에게는 기업에 끼친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도입한다.

정부는 3일 이낙연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산업기술 유출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는 △디스플레이 패널 △미디어 가전 △메모리반도체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지녔고, 방위산업기술도 세계 9위권"이라며 "우리도 기술 탈취의 표적이 됐다. 기술유출을 막으려면 외부 유혹을 차단하고, 내부 이완을 방지해야 하며 기술과 설비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가의 R&D 지원을 받아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외국기업이 인수·합병하는 경우 신고만 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국가R&D 지원을 받지 않고 기업이 자체 개발한 경우에도 아무런 의무가 없었으나, 앞으로는 신고를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 등을 고의로 유출한 자에게는 기업에 끼친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물어내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된다.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로 얻은 수익과 그 수익에서 증식된 재산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범죄수익은닉규제법도 개정키로 했다.

현재 일반 산업기술 유출과 동일한 처벌기준(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받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유출에 대해 최소형량을 3년형 이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산업기술 유출사건 재판과정에서 피해기업에 기술유출에 따른 손실 입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피해액 산정 등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이 유출자에게 제출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도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행 12개 분야 64개 기술로 지정된 국가핵심기술을 △인공지능(AI) △신소재 등 신규업종으로 확대·지정하고, 영업비밀 범죄 구성요건을 완화해 기술보호 범위를 넓혔다.

중요 산업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보안컨설팅 등을 지난해 170곳에서 올해는 2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는 3월 시행 예정인 특허청 특사경(특별사법경찰)의 영업비밀침해 단속권을 적극 활용하고, 산업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신고포상금도 현행 1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올릴 방침이다.

최근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기술보호를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 등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매년 20건 이상의 기술 해외유출·시도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술보호 체계가 '기술탈취형 M&A' 시도에 취약하고, 유출 피해의 심각성에 비해 처벌이 관대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비해 미국은 '외국인 투자위험 심사 현대화법'을 제정해 미국 내 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M&A와 관련, 국방 관련 시설의 인근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까지도 엄격한 심사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미국은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의 '기술굴기'를 막기 위해 반도체, AI 등 첨단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부품 설계와 기술 이전을 차단하는 데 전방위로 애쓰고 있다.

독일도 최근 중국을 겨냥해 역외 기업의 자국 업체 인수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규제를 도입하려 하고, 캐나다·호주·일본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자본의 자국 기술기업 인수에 문을 굳게 닫고 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4대 분야, 20개 과제로 마련된 유출 근절대책과 관련 "산업기술 보호는 기술개발과 동일하게 우리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핵심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도 정작 관리 허점으로 지목돼온 기술인력 유출문제는 빠진 것에 대해 "적극적인 취업제한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헌법상 기본권과 상충되기 때문에 채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도적 보완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별도로 발표한 '방위산업 기술보호 강화 방안'을 통해 방산기술을 유출한 업체에 대해 기존의 △형사처벌 △재산몰수 △과태료 부과에 추가해 방산업체 지정취소까지 가능하도록 벌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방산기술 유출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한 업체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완화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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