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동산 불법거래 단속 타깃 된 강남...줄줄이 문닫은 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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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01-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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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모 공인중개업소가 서울시의 부동산 불법거래 집중단속 소식에 영업을 중단했다.[사진 = 윤지은 기자]


서울시와 자치구, 국세청이 강남 등 서울 주요지역을 대상으로 부동산 불법거래행위에 대한 합동단속과 세무조사를 벌이자 강남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블라인드를 내리고 사실상 영업중단에 들어갔다.

3일 찾은 서울 강남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단속반이 떴다'는 소문에 문을 닫았고 공인중개사들은 불 꺼진 중개업소 안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가끔씩 걸려오는 전화상담만 응대할 뿐 정상적인 영업활동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서울시와 자치구, 국세청 공무원으로 구성된 '부동산거래 불법행위 합동단속반'은 지난달 21일부터 강남, 서초 등지를 집중점검하고 있다.

단속이 불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공인중개업소들은 단속 지역이나 기한 등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단속반이 떴다'는 소문만 듣고 영업을 중단하고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의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2일 개포주공 1단지 중개업소 두 곳이 단속됐다는 얘기가 들려 대치동 쪽도 전부 문을 닫고 있는 상태"라며 "단속반이 아직 대치동에 오진 않았지만 인근에 왔으니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강남 일대 중개업소 대표들은 대체로 단속 시기가 적합하지 않다는 데 불만이 컸다. 거래가 전멸한 상황인데 불법거래가 발생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대치동 E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미친 듯이 뛸 때는 업자들이 정부와 발맞춰 업소 문 닫고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지금은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거래가 끊긴 상황인데, 단속반이 왜 나오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강남 일대 아파트 매매거래는 9·13 대책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9월 555건, 10월 572건에 달했던 강남구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11월 148건, 12월 107건으로 한두 달 사이 5분의 1가량 줄었다.

단속반이 단속 내용을 침소봉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대치동에서 10년 넘게 영업해왔다는 모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 지역 업자들은 30~40년씩 터를 잡고 운영해온 분들이기 때문에 불법거래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실적을 내야 하니 5년치 계약서를 달라고 해서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확인해 꼬투리를 잡는다"면서 "방향이 남향인데 베란다 기준인지 거실 기준인지가 안 나와 있다고 지적을 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단속반은 호가담합, 2중 거래계약서 작성, 실거래가 허위 신고, 세금 포탈 등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불공정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목적으로 나온 것이지만 본 취지와 달리 실적쌓기에 매몰돼 사소한 사항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속에 적발된 공인중개업소는 작게는 과태료를 물고 크게는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부터 진행 중인 단속의 경우 불법거래 행위가 적발된 업소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등 이중 처벌로 엄벌한다는 계획이다.

대치동 모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서초·송파는 관심지역이라 단속이 빈번하다"면서 "이런 식의 단속이 지난해 11~12월부터 이어졌다"고 말했다.

잦은 단속 때문인지 대치동 업소 대부분은 출입문에 불투명한 종이를 덕지덕지 붙여둔 모습이었다. 이 상태로 오래 방치한 모양인지 종이에는 손때가 묻어 있기도 했다. 종이 사이로 인기척이 느껴지거나 전등이 켜져 있는 것이 언뜻언뜻 보이기도 했지만 대표들은 절대 문을 열지 않았다. 문고리를 잡아당기면 한참 뒤에 나와보곤 기자인 걸 알고 재빨리 숨어버리기도 했다. 이들은 보통 단속반이 퇴근한 저녁무렵 모습을 드러내지만, 늦은 시간 중개업소를 찾는 손님은 전무하다.

오는 2월 말 입주를 앞둔 래미안블레스티지 등 신규 입주물량이 대거 예고된 개포동 일대는 '떴다방'식 중개업소만 30여곳에 달해 국세청 직원 다섯명정도로 구성된 단속반이 진작부터 세무조사에 들어간 모습이었다. 이들은 '007 가방'을 들고 중개업소 앞에 서 있다가 주인이 업소 문을 열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면 함께 업소로 들어가 단속을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포동 모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개포동에서 두 곳이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한 군데는 조사가 끝났고 다른 한 군데는 진행 중"이라면서 "이 와중에 서울시가 불법거래 단속까지 한다니 이중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얼마 전 매도인의 다운계약 제안을 거절했다는 그는 "우리는 떴다방이 아니라 십수년간 이곳에 터를 잡고 일해왔다"며 "공연히 위험한 짓을 해서 영업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중개업자와 매도인의 상담이 담긴 문자에 따르면, 매도인은 "1억5000만원은 현금으로 받겠다"며 "개포는 원래 다운계약을 자주 하지 않으냐"고 제안했으나 중개업자는 "매수자나 부동산이 독박을 쓸 수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합동단속 대상 지역엔 강남구와 서초구, 용산구,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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