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질질 끄는 선거제 개혁…또 피켓 든 야3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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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18-12-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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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와대 논란·민생법안 이유 대며 미적미적

  • 민주-한국, 보이지 않는 '기득권 담합' 우려

2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촉구 집회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참석자들이 기득권 양당을 규탄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합의한 합의문 1항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내년 1월까지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합의다. 그러나 선거제 개혁은 여야 합의와 달리 힘겹게 진전되고 있다.

27일 자유한국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문제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활동시한 연장과 연계하면서 여야는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오는 31일 조 수석을 운영위에 출석시키기로 하면서 오후 5시를 넘겨서야 가까스로 정개특위 활동시한이 연장됐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거대 양당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 배분 선거제도)에 부정적이다. 민주당은 겉으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하지만 이날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선거제 개편’에 대한 본격적인 당 차원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여야 5당이 정개특위에 선거제 관련 협상을 위임하고 1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모여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후 “비례대표 비율 확대, 선거제도 개혁으로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우리 실정에서 작동 가능한 연동형 의석 배분 등을 통해 다양한 민심이 국회에 비례적으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역대표성과 국민대표성의 균형을 통해 대표성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비례성 개선만으로 대표성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면서 “국회는 지역구 정치에 과도하게 매몰되어 국민 전체의 민심과 민생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문대로 10% 내에서 증원 여부를 검토하되, 현재 정수를 유지하는 데서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을 이어받은 정당으로 그 뜻을 반드시 이어나가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과 국정과제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으로 그 약속을 지키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감한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번지르르한 말을 앞세우지만 결국엔 의석수 차지 싸움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26일 의석수 시뮬레이션 결과 분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지난 20대 총선에 적용하면 민주당이 원내 3당이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20대 총선 득표율에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350석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하면 초과의석 39석과 보정의석(또는 균형의석) 80석 등 총 119석이 늘어 총 의석은 469석으로 증가한다. 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 169석으로 제1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국민의당 135석, 더불어민주당 129석, 정의당 36석 등이다.

김영재 민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해 일본식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것이 국회 구성의 비례성을 강화하면서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는 제도”라고 밝혔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정치혁신위는 선거제도별 예상 의석수와 장단점 등을 분석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국회의원선거제도 개정의견’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6·13 지방선거를 토대로 야 3당이 주장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초과의석 60석이 발생해 총 의석은 360석이 된다. 민주당이 218석으로 가장 많이 가져가고, 이어 한국당 85석, 정의당 27석, 바른미래당 24석 등이다. 시뮬레이션 결과만 보면 한국당은 현 선거제를 유지하는 것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쪽으로 개정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보고서는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선 책임·대안 정당의 존재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기 위해선 의원내각제로의 개헌과 연동시킬 필요가 있으며, 개헌 전이라면 정당별 유불리를 떠나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다만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다. 도농복합형은 도시 지역은 지역구를 통합해 여러 명의 의원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대신 농어촌 지역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한국당 입장에선 강세 지역이면서 의석수가 많은 영남에서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수도권을 포함한 도시 지역에서는 민주당에 이어 2등으로 많은 의석을 따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대 양당의 수 싸움에 야 3당은 다시 한번 피켓을 들었다. 야 3당은 영하10도의 엄동설한에도 국회 밖 본청 계단과 신촌 현대백화점 유플렉스 앞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공동집회를 열었다.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내년으로 연장하는 안건을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야 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석수 한두 개를 늘리려고 하는 것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애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 내각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 촛불혁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그 첫걸음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드시 이뤄내자”고 외쳤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개특위 연장 불발은 자유한국당의 선거제도 개혁 무산 음모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만일 연장처리가 되지 않는다면 정개특위를 재구성해야 하며, 공직선거법이 정한 시한 내에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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