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주의 한반도읽기] 한일 레이더논란 일주일째…'금 간' 신뢰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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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8-12-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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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대왕함. 사진=해군 제공]


한일 관계가 심상치 않다. 강제징용 판결와 더불어 우리 해군 함정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양국 감정의 골은 계속해서 깊어지는 모양새다. 

양국은 최근까지도 레이더 논란을 두고 수일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일 신뢰 관계가 어느 정도로 금이 가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올 초부터 한일관계 '냉각'…위안부합의 파기부터 징용판결·레이더논란까지

문재인 정부 들어 한일관계는 빠른 속도로 얼어붙었다.

올 초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데에 이어, 우리 대법원은 지난 10월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전례없는 분노를 촉발시켰다. 

특히 강제징용 판결은 관계 악화의 분수령이 됐다.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일본은 먼저 우리나라의 유명 아이돌그룹인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을 줄줄이 취소시켰다. 또한 한국 정부의 조선업계 지원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제소에 나서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 모든 조치가 보복성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씁쓸한 뒷맛은 여전히 남는다. 일본의 이같은 행보는 많은 부분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과 닮았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지난 20일 우리 해군 함정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까지 터지며 한일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한일 양국은 현재 이 문제를 두고 1주일 가까이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 해군 3500t급 광개토대왕함의 사격 통제 레이더가 일본 최신예 P-1 초계기를 일부러 조준했느냐 여부를 가리자고 하다가, 이제는 서로 '정보 공개'를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후 포트모르즈비 APEC 하우스에서 열린 'APEC 지역 기업인 자문회의(ABAC)와의 대화'에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18.11.17 [포트모르즈비(파푸아뉴기니)=연합뉴스]


◇한일관계 현주소…전문가 "풀기 쉽지 않을 것" 비관적 전망

레이더 논란은 한일관계가 처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는 신뢰 토대가 무너졌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가장 명확하고 뼈아픈 사례다.

물밑에서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이 문제가 확대·지속되는 데에는 양국의 신뢰 관계가 상당 수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권에서는 공개적인 채널이 아니면 우리 정부의 믿을만한 답을 들을 수 없다는 기조가 생겼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부터다.  

아베 정권은 위안부 합의 파기 이후 한국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로 규정했다. 이에 국민감정이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내부에 '혐한(嫌韓)' 골이 깊어지는 추세다.

또 현 정부 들어 대일 외교라인이 대폭 줄어든 점도 한일 관계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 정권에서의 적폐 등을 이유로 대일 정책을 조율할 실무진의 빈자리가 생기면서 한일 물밑 소통 채널도 자연스럽게 공백 상태에 처한 것이다. 

외교부의 일본 전문가 그룹인 '재팬 스쿨'이 몰락했다는 것은 이제 외교가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그렇다면 무너진 한일관계를 복원할 '묘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당분간 냉각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들은 우리 정부의 대일 정책의 불명확성이 한일관계를 복원을 늦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에는 한국이 역사 문제와 분리한 투트랙 접근을 바랐는데, 이제 오히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요구 기준치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좋은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징용판결이나 레이더 논란 등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 내놓지 않았다"며 우리 정부의 대일정책 공백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어떤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물밑에서 외교적인 채널 가동이나 특사 파견 등을 해야 하는데 방치된 상황"이라면서 "(다른 외교 정책보다) 대일정책이 등한시되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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