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속으로] 정조, 혜경궁 홍씨 회갑연서 전한 '깊은 효심'과 '큰 화해' ‘태평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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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8-12-2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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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립국악원 제공]

223년 전(1795년) 조선시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마련한 회갑연은 단순한 잔치가 아니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비극적으로 운명을 달리한 아버지 사도세자를 모신 회갑연이었다. 국립국악원이 송년 공연으로 준비한 ‘태평서곡’이 주는 메시지는 깊다.

국립국악원은 21일부터 26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궁중연례악 ‘태평서곡’(연출 이병훈)을 선보인다.

'태평서곡'은 2001년 초연 이후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과 2010년 파리 일드 프랑스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면서 국내외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이병훈은 “이번 공연은 의례 절차보다는 세세한 콘텐츠의 원형을 살리고 그 의미를 전달하는데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태평서곡’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바탕으로 수제천과 여민락 등 대표적인 궁중 음악과 함께 ‘무고(舞鼓)’와 ‘선유락(船遊樂)’ 등 화려하고 아름다운 궁중 무용을 선보인다. 학 탈을 쓴 두 무용수가 학의 몸짓으로 표현하는 ‘학연화대무’도 흥미롭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극을 이끄는 힘이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태평서곡’은 소용돌이 같은 역사가 할퀴고 간 정조와 혜경궁 홍씨의 복잡한 관계에 주목한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인 임오화변이 일어났을 때, 세자빈이었던 혜경궁 홍씨는 어린 정조를 데리고 사가로 간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곁을 지키며, 죽음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한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한은 또 다른 한으로 이어진다. 정조는 왕위에 오른 후 아버지의 죽음을 외면했던 외가를 숙청한다. 혜경궁 홍씨는 아들에 대한 연민과 서운함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악학에 조예가 깊었던 정조는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직접 악서를 선물하며 마음을 표현한다.

‘아! 아름답다. 아름다운 덕으로 화갑을 맞으셨도다’
‘억만년 영원토록 변함이 없으소서’

또한 아버지의 죽음에 관여했으나 아직도 살아남은 자들을 용서함으로서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 대통합으로 조선의 새로운 미래를 열려 한다.

이병훈 연출은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께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오랜 반목을 털어내는 잔치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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