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메이, 신임투표 승리했지만…깜깜한 브렉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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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12-1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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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 "메이 총리, 신임투표 승리 큰 대가 치러"…메이 "2022년 총선 전 사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사진=EPA·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불신임 위기를 극복했다. 비교적 큰 표 차이로 집권 보수당 강경파의 공세를 막아냈지만, 보수당의 분열이 심화하면서 리더십 위기의 근원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향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보수당 하원의원 317명의 총리 신임투표에서 200대 117, 83표 차로 승리했다. 이번 투표는 보수당 내 강경파들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안에 반발해 총리 불신임 서한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메이 총리는 자신의 승리를 확정지은 뒤 "이젠 브렉시트를 밀어붙여야 할 때"라며 "의회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모든 쪽의 정치인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메이 총리는 2022년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메이 총리가 이날 반대파와의 비공개 자리에서 2022년 총선까지 그들을 이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총리 대변인은 "오늘 밤 투표는 다음 선거에서 누가 당을 이끌지에 대한 게 아니라, 브렉시트 협상 국면에서 지도자를 바꾸는 게 말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메이 총리가 불신임 위기를 넘겼지만, 큰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그가 당내 반발에 밀려 재선 포기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보수당 내 분열상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신문은 메이 총리가 사퇴 시기를 정확히 못 박지 않았지만, 차기 총선 전에 물러나겠다고 하면서 '레임덕(절름발이 오리·임기 말 권력누수) 총리'가 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보수당 내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파로 꼽혀온 데이비드 존스 전 하원의원은 "(메이 총리가) 약해 보이고, 자포자기한 듯 하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당내 리더십 위기를 극복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이번 투표로 그는 1년 안에는 더 이상 신임투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메이 총리에 대한 EU 지도자들의 신뢰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가 차기 총리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을 비롯한 브렉시트 강경파의 공세를 막아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메이 총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EU와 합의한 브렉시트안에 대한 의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는 최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미루면서 궁지에 몰렸다. 쟁점을 놓고 EU와 재협상을 추진했지만, EU의 반응은 냉담했다. 내년 1월 21일 전에 브렉시트안을 다시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그로선 답답할 노릇이다. 메이 총리는 13일 EU 수도격인 벨기에 브뤼셀을 찾을 예정이다.

한 브렉시트파 의원은 "(신임투표는)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총리는 브뤼셀에 가 합의안에 미세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는 1월 중순에 다시 모일 텐데 하원이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똑같은 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상당수가 메이 총리를 마지못해 지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내년 3월 29일 브렉시트 발효를 앞두고 벌어질 리더십 경쟁이 보수당을 '내전'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메이 총리에 대한 지지표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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