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미중관계 大분석]① 미국과 중국은 왜 서로에게 집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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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
입력 2018-11-27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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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중국, 서로가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길 바래...형태 달라 문제

[사진=바이두]


[편집자주]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 그리고 세계 2대 경제체로 급부상하면서 '위대한 부흥'을 꿈꾸고 있는 중국.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중국산 제품에 관세폭탄을 투하하면서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양국의 갈등은 남중국해, 대만 등 정치외교 및 군사적 영역까지 번지고 있다. 우군확보전도 본격화하면서 미·중 갈등이 신냉전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대체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의식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쟁은 일어날까. 그 속에서 한반도는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까. 이에 본지는 미·중 관계 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국제정치학 교수의 분석을 10회로 나눠 게재한다. 양국 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21세기는 미국과 중국의 시대라고 한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언론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 간의 이야기로 도배된다. 세간에서는 부상하는 중국이 미국의 국력을 따라잡아 최소한 동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호령하리라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14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 경제의 성장이 멈추지 않는 한 그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다. 

우리의 미·중관계에 대한 관심은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미국이 부상하는 중국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고, 중국이 어떻게 이에 대응할 것인가이다. 또, 이 과정에서 반복되는 협력과 갈등의 양상이 양국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견인할지도 궁금하다. 중국은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자신의 국력과 영향력을 세계질서 재편에 반영하고 싶어하고, 미국은 기존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 한다.

역사는 부상 국가가 패권 국가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전쟁'을 꼽는다. 특히 사상과 이념이 다른 미·중 간의 전쟁이 불가피함을 역설한다. 국제정치학에서 힘(power)의 위력을 신봉하는 이들은 미국의 가치와 이념에 배치하는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무력 동원도 불사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반면, 중국이 세계질서에 순응하고 있기 때문에 양국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들은 미·중 양국이 기존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공통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어 설령 개선이 필요하다고 해도 대화와 협력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미·중 양국이 서로에게 집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 이익은 더더욱 아니다. 미·중 양국이 서로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소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로가 기대하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는 데 있다. 두 나라의 기대치가 다른 이유는 서로 다른 이념과 사상 추구에 기인한다. 

미국이 꿈꾸는 세상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제도와 시장경제 체제의 토대 위에서 질서가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마르크스 주의-레닌 사상과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을 기반으로 계급 없는 사회를 만들어 국가의 부를 무산계급에도 공평하게 배분하는 공산주의의 세상, 즉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꿈꾼다.

19세기만 해도 미국의 중국을 향한 꿈은 지금과 달랐다. 당시 미 국무장관 윌리엄 스워드(William Seward)는 이를 아시아 시장 장악을 위한 중국 시장 석권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꿈은 중국이 반식민지로 전락해 공정하고 평등한 교역 기회를 상실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식민주의와 제국주의가 만연했던 중국 시장은 착복의 대상이었고, 제국주의 후발주자인 미국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었다. 

이에 미국이 고육지책으로 고안해낸 것이 1899년에 발표한 ‘문호개방정책’이다. 중국의 영토 안정과 주권을 존중하고, 조차지의 추가적 요구를 금하며, 교역에서 최혜국대우 원칙 준수를 요구한 것이다. 언뜻 보면 중국을 존중하는 선의의 정책이지만 사실상 후발주자인 미국의 권익과 권리를 보호하려는 술책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중국 교역 질서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되자 미국은 다시 중국 시장을 노렸다. 미국의 기대가 상승한 결정적인 요인은 새로운 세계질서와 체계의 등장이었다. 2차 세계대전의 종결로 세계질서와 체제가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서 탈피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이념 하에 새로이 태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도 잠시였다. 중국은 공산주의 정권 하에서 새로운 무역질서와 체계의 수용을 거부했다. 중국이 1950년 1월 미국과 수교를 거절하면서 경제적 관계만이라도 유지하고 싶었던 미국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수교가 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1978년 12월에 중국은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1979년 1월 미·중 수교가 성사되면서 미국의 중국 시장 진출의 문이 드디어 다시 열렸다. 그럼 오늘날에는 어떤가. 미국은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왜일까. 중국이 아직까지도 세계 무역질서와 체계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이 오늘날 미국의 대(對)중국 최대 목표다. 즉, 중국을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용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는 미국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와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QDR)에 매번 변함없이 언급된다. 이들 보고서는 중국의 발전과 번영을 환영하면서도 중국이 세계 무역시장의 제도와 규범에 완벽하게 융합하기 위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중국의 발전에 필요한 평화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과의 무력 충돌을 최대한 피하길 원해왔다. 또, 이는 중국의 발전을 보장하는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으로 인식됐다. 1949년 건국 이후 중국은 줄곧 대국의 위상을 회복하고자 했다. 군사·정치·경제 대국으로 하루 빨리 세계의 인정을 받아 아편전쟁 이후 약 100여년간 서구 열강으로부터 받은 치욕과 수모를 치유하고 싶은 것이다. 

중국이 이 같은 꿈을 이루려면 대외적인 평화와 대내적 안정 확보는 필수다. 이에 따라 대외적인 평화 수호가 중국의 대 미국 정책의 최대 목표로 자연스럽게 부상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과의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950년대 대만해협 위기사태, 1960년대의 베트남전쟁과 이후 일련의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중국이 자발적으로 먼저 미국에 중국군 개입의 ‘마지노선’을 항상 제시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1960년대 말 중국과 소련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중국이 이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한 것도 그 방증이다.

우려하듯 중국이 미국과 대치하는 날은 빨리 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증강이 돋보이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힘은 가치관에 기반한 영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미·중 간의 권력 이동도 전쟁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 양국이 서로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평화'이고 이 평화를 미국은 중국의 민주화로, 중국은 협력과 대화로 실현시키려 하는 때문이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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