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싸는 트럼프.."미국우선주의의 잔혹한 이면" 비난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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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11-2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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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사우디와 변함없는 동반자 관계 유지할 것"

  • 민주당 "CIA 신뢰도 훼손이자 인권유린 눈감은 것"

  • 밥 코커 "백악관, 사우디 왕세자의 홍보실로 전락"

[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개입에 대해 확실한 판단을 미루면서 사우디와 동반자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사우디 왕세자가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어쩌면 알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몰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자말 카슈끄지 살해를 둘러싼 사실을 다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에서라도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는 변함없는 동반자 관계로 남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겠다는 입장을 굳힌 것이라고 풀이했다. 

카슈끄지는 지난달 2일 터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살해됐다. 터키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빈 살만 왕세자를 살해 배후로 지목했고 미중앙정보국(CIA)도 조사 끝에 카슈끄지 살해를 빈 살만 왕세자가 지시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후 미국 의회에서는 무기 금수 등 사우디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사우디 왕세자 배후설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역시 빈 살만 왕세자의 살해 개입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사우디의 전략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 이란의 패권 확대를 막기 위해 사우디의 지원이 필수적이며, 사우디가 이란에 4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유가 통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대사우디 제재가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내게 제시되는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미국의 안보와 안전에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이 발표되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고 맹비난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라도 자신의 편에 서면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짓밟는 행위라도 눈감아줄 수 있음을 만천하에 알렸다”면서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미국 우선주의의 잔혹한 이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CIA의 신뢰도를 훼손하고 명백한 인권유린 사건을 못 본체 했다고 지적했다. 향후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충돌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존 브레넌 전 CIA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직과 손을 잡으면서 이제 자말 카슈끄지 살해와 관련한 CIA의 증거를 확보하고 판단하는 것은 의회의 몫으로 남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던 공화당의 밥 코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나는 백악관이 사우디 왕세자의 홍보실을 부업으로 삼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비꼬았다. 

프랜시스 루니 상원의원은 CNN에 "세계에서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비춰질지 우려스럽다"면서 "처음부터 미국은 자유와 법치라는 중요한 원칙을 토대로 세운 나라다. 독립선언문은 미국이 갈 방향을 제시한다. 나는 우리가 누군가를 살해한 사우디를 지지하거나 사정을 봐주길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보다 개인적 관계나 사업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굴복은 정부 지시 살해를 더 부추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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