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개혁·개방 외치는 중국, 민영기업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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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정 기자
입력 2018-11-1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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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민영기업에 국내외 관심 집중...중국 발전 이끄는 핵심 동력

  • 최근 자금난, 부채리스크 급증 등 위태, '국진민퇴' 논란까지 일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9월 말 랴오닝성의 민영기업인 중왕그룹을 시찰하면서 "우리는 민영기업 및 비공유제 경제를 지지하고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신화통신, 그래픽=아주경제]


 

# 11월 11일 광군제(싱글데이)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하루 2135억 위안(약 3조8000억원) 매출이라는 역대 신기록을 세웠다. 2분 5초 만에 100억 위안을 돌파하고 2시간도 채 되기 전에 1000억 위안을 넘어섰다. 중국 관영언론은 막대한 시장과 소비력, 대외개방의 결과라고 높게 평가하며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지난 10월 한 민영기업인에 보내는 서신을 통해 "개혁·개방 40년간 민영경제가 경제·사회 발전의 중요한 역량으로 역사적 기여를 해왔다"면서 "민영경제의 지위나 역할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영기업 좌담회에서는 "민영경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발전의 중요한 성과이자 역량이며 공급 측 개혁, 고도의 질적 성장, 현대화 경제 체제 건설의 중요한 주체"라며 향후 중국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최근 중국 '민영기업'과 관련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알리바바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민영기업의 실적이나 신제품 출시 등은 이미 글로벌 뉴스매체가 다루는 주요 이슈다.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경기하방 압력 증가 등으로 민영기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중국 당국이 연일 "민영기업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거나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는 것도 주요 경제 뉴스로 다뤄진다.

사실상 민영기업은 이미 중국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다. 인프라 분야에 국유기업이 포진해 있다면, 최근 중국 '기술굴기' 주역 상당수는 민영기업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 샤오미,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9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통화정책 집행 보고서'에 따르면 민영기업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 기술혁신의 70%를 담당한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중 민영기업 수는 전체의 61%에 달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20~30%로 중국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인민은행은 "만약 민영기업의 발전이 없다면 전체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국의 대대적인 지원과 자유로운 환경, 해외시장 진출 등으로 고속 성장세를 보여왔던 중국 민영기업의 상황이 최근 녹록지 않다. '국진민퇴(국유기업은 전진, 민영기업은 퇴보)' 논란까지 일어 시장 우려도 증폭됐다. 

올 1~3분기 민영기업 누적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하고 민영 공업기업 이윤도 9.3%가 늘어 안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일부 민영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부채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올 1~3분기 총 29개 민영기업이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으며 그 규모만 674억600만 위안에 이른다. 1~3분기 회사채 발행량은 4029억 위안으로 2016년과 지난해 대비 각각 4706억 위안, 602억 위안 줄었다.

국진민퇴 논란은 '대외개방'과 '개혁'을 강조하는 중국의 목소리마저 퇴색시켰다.

과거 국유기업은 중국의 고속성장을 이끈 견인차였다. 하지만 독과점, 업무 중복에 따른 비효율, 금융권의 무조건적 지원에 따라 불어난 부채 등으로 개혁 대상으로 떠올랐고, 당국은 혼합소유제 도입과 국유기업 통폐합 등에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최근 이를 역행하는 흐름이 감지된 것.

중국 금융전문매체 보도에 따르면 9월 말까지 국유기업이 민영 상장사 지분을 매입한 케이스가 무려 46개사에 이른다. 이 중 24개사는 지배주주가 바뀌어 사실상 국유기업이 됐다. 올 1~9월 국유기업 이윤이 201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민영기업을 앞지르기도 했다. 

민영기업을 향한 중국 당국의 입김이 거세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돌연 내년 은퇴를 선언했는데, 이에 대해 중화권 언론은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마 회장이 실질적 지배권까지 내놓으면서 이러한 추측에 불을 지폈다.

중국은 신흥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며 창업과 민영기업의 성장을 독려하고 있다. 규제 없는 자유로운 시장환경을 보장하고 지원책으로 발전을 돕는다. 하지만 일단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거물급 기업이 등장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무분별한 성장 부작용을 이유로 규제와 제도를 마련해 정비하고 기업 정돈도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민영기업 길들이기가 이뤄진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국의 차관급 인사가 "민영기업은 종업원과 이윤을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논란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추샤오핑(邱小平)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부부장은 지난 9월 11일 항저우의 한 민영 석유화학업체 촨화(傳化)그룹 회의에 참석해 "민영기업은 종업원이 충분한 민주 권리를 향유하고 기업 경영에 함께 참여토록 하며 발전 성과도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이 당 조직의 강력한 지도에 의지해야만 확실한 방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공산당이 민영기업까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대륙의 기적으로 불리는 샤오미가 최근 회계조작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는데, 이에 대해 한국 언론 등 다수의 외신이 샤오미도 당국의 타깃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가 있어 조사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이러한 보도가 나온 것은 중국 당국이 어느 정도 성장한 민영기업에 대해 단속의 칼날을 휘두르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논란을 잠재우고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주재로 9일 열린 국무원 상무회의는 주요 상업은행에 4분기 중소기업 신규대출 금리를 1분기 대비 1% 포인트 낮출 것을 지시했다. 3분기 기준 0.7% 포인트 낮아진 상태로 0.3% 포인트 추가 인하를 선언한 셈이다. 앞서 8일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은행권 신규대출에서 민영기업 비중을 5년 내 50%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보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현재 민영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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