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사랑한 남자 나가모리와, 성취를 사랑한 남자 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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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논설실장
입력 2018-11-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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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읽기의즐거움]초격차 권오현과 일본전산 나가모리 함께 읽기



[빈섬 이상국의 독후감] 권오현의 '초격차'와 나가모리 창업자의 이야기를 다룬 일본전산 관련 스토리를 함께 읽어보니 느껴지는 게 있다.
 

[최근 '초격차'를 출간한 권오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연합뉴스]


# 전문경영자가 오너같은 파워를 이끌어낸 비밀

권오현은 제왕적 오너가 기용한 유능하고 의식있는 경영자였고, 나가모리는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 창업자였다. 권오현은, 삼성의 3대 창업집안의 가신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야하는 전문가였지만, 스스로가 믿는 조직비전을 삼성 속에서 담대하게 실천한 '시스템 속의 혁명가'였다.

반면 나가모리의 직원들은, 지난 시절의 가부장적 조직에서의 엄부(嚴父)와 자부(慈父)의 양면을 지닌 아버지같은 창업주에게서 회사와 자아를 동일시하는 무한책임감의 DNA를 전수받은 것 같다. 창업한 기업이란 가난한 집과 다를 바 없다.
 

[일본전산 창업자 나가모리 시게노부]



# 나가모리 철학은 정주영정신과 닮았다?

일본전산의 나가모리는, 이병철 혹은 정주영의 풍모를 80% 지닌 것 같고, 아마도 이건희의 뉘앙스도 40%는 지닌 것 같다. 3대로 내려오면서, 삼성은 사부(社父) 정신에 기댈 수 없는 대신, 투철한 경영적 기준과 철학을 펴나갈 권오현같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권오현이 주창한 '초격차 전략'에 대해선, 조금 다른 생각도 할 수 있다. 권오현은 삼성의 총대를 멨지만, 오너이던 이건희처럼 '마누라 빼곤 다 바꿔라' 식의 근본적인 기업 전환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은 여러 모로 쉽지 않다. 그래서, 삼성이 공감할 수 있는 '압도적 1위'를 모토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이건희의 메시지와 같은 체질 개선을 이끌어내려 했을 것이다.

그에게 격차는 격(格)의 차이였고, 그것은 삼성의 직원 모두가 지녀야 하는 자질과 자율과 열정의 높이에 대한 암시였다. 삼성이 빠져있는 기계즉 역할주의나, 1등을 하면서 생긴 불필요한 권위주의 같은 것을 없애는데 그게 힘을 발휘할 거라고 계산했을지 모른다.

# 기업의 '시간'이 다른 두 책

두 책은 모두 감동이 있지만, 두 기업의 시간이 다른 것 같다. 나가모리의 경영은 '독한 승부근성과 일체감'이라 할 수 있고, 권오현의 경영은 '각자의 자기애와 성취감'을 돋운 인간경영이다. 그 지위나 역할이 만들어낸 차이일 수도 있겠다.

나가모리 정신은 모두를 창업자처럼 만드는 경영이며, 회사에 기꺼이 미칠 수 있는 자신처럼 직원들이 회사에 미치도록 하는 경영의 베이직이다. 하지만 권오현 정신은, 삼성이 자신과 100% 동일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뚜렷이 아는 자신과 같은 직원들이, 집단무의식으로 '자애(自愛)'를 실천해나가며 성취를 발견하도록 하는 경영을 택했다. 초격차 속엔 권오현과 삼성맨들의 그런 성취감과 자부가 숨어있는 셈이다.

물론 나가모리 정신이 시대적 한계가 있는 것처럼, 권오현 정신 또한 삼성이기에 가능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성공학은 80%의 우연 혹은 행운까지 자신의 것으로 포장하는 '자기최면성 사기극'이라는 삐딱한 의견에 나는 살짝 동의하는 편이다. 

* 초격차(2018, 권오현, 쌤앤파커스)
* 일본전산의 독한 경영수업 (2018, 가와가쓰 노리아키, 더퀘스트)




                                     이상국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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