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전자투표기를 '독재 콩고'에 파는 한국과 어느 기자의 고백

이상국 논설실장입력 : 2018-10-29 16:04
 

질의하는 김병관 의원.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2018.10.26 atoz@yna.co.kr/2018-10-26 11:30:01/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 김병관 의원의 추궁은, 기자에게 위협 혹은 부담이었다

오늘(2018년 10월29일)은 칼럼 하나가 눈길을 붙잡습니다. 오늘의 시평(時評)을 내놓은 글이 아니라, 다소 개인적인 글이네요. 물론 언론 자유라는 보편을 소환하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썼을 것입니다.

중앙일보 전영기 칼럼니스트는 김병관(45.민주당 분당갑)의원에게서 '두번째(두차례) 당했다'고 말머리에서 주장합니다. 지난 10월15일자 '한국의 콩고 민주주의 위협사건' 기사를 쓴 이후의 일이죠. 김의원은 지난 16일 국감에서 선관위 관계자에게 "중앙일보 전영기 논설위원을 만났느냐"고 구체적인 이름을 언급하며 질문했습니다. 또 25일에는 김의원 보좌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외교부도, 선관위도 전문 보고서를 유출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입수했는지 물어봐도 되느냐"고 물어왔다고 합니다.

전영기는 국감이라는 엄중한 자리에서 기사 자료를 건넸는지 캐묻고, 일면식도 없는 보좌관까지 나서서 개인적으로 전화를 걸어 출처를 궁금해하는 상황이 당혹스러웠던 것 같네요. 이런 추궁은 기자에게 위협으로, 적어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김병관 의원이 나서서 이러는 것일까요.

 



# 김병관의원이 김용희 선관위 상임위원 지명을 위해 총대 멨다?

전영기기자의 추측은 "권력 실세그룹에서 문제의 김용희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데 김병관의원이 그를 보호하기 위해 총대를 멨"을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사실 이 얘기가 좀 무서운 얘깁니다. 김병관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이었고 네이버 게임사와 웹젠 대표를 맡았던 디지털전문가죠. '콩고 민주주의 위협사건'으로 규정된 전자투개표기 수출 문제에 대해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기자가 쓴 '문제의 칼럼'(한국의 콩고 민주주의 위협사건)에는 김병관의원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며, 김용희 전장관(61)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룹니다. 전기자가 공개한, 그러니까 김병관 의원이 출처에 관심을 가졌던, 자료는 바로 '청와대,외교부,선관위에 대외비로 보고됐던, 2017년 12월7일 DR콩고(콩고민주공화국) 주재 권기창 대사의 외교 전문(電文)'입니다.

# 각국이 한국의 전자투표기 콩고수출을 성토

2017년 12월5일, 콩고의 한국 대사관저에 미· 영· 불· 독· 캐나다· EU 대표가 모여앉았습니다. 이 자리에는 김용희 선거협의회 총장도 있었습니다. 저마다 김용희 총장에게 비판과 경고를 날리고 있습니다. 한번 들어볼까요?

미국참사관 : 2018년 12월23일로 예정된 (콩고)대선은 이 나라 최초의 수평적 정권 이양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전자투개표기의 도입이 대선 전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 전자투개표기는 최악의 선택이며 한국의 위상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벨기에대사 : 전자투개표기는 선거 결과 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속임수 기계로 전락할 것이다.

영국대사 : 한국인이 사무총장인 선거협의회가 콩고 선관위 측에 국제입찰 절차를 생략한 채 한국업체를 선정하도록 알선한 것은 부적절하다. 콩고 선관위의 부정축재 수단 아니냐."

# 전자투표기 문제는 제쳐놓고, 자료 유출 경위만 따진 국감

이 문서를 언론이 공개하자,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아니라, 비공개 문서를 누가 유출했느냐고 국감에서 여당의원이 따지고 든 것입니다. 한 언론(머니투데이)은 '콩고 대외비'를 외교부가 (유출을) 반대했는데 선관위가 자체판단으로 의원실에 제공했다는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박영수 선관위 사무총장이 국감에서 "외교부에선 주지 않았으면 하는 입장이었고 아마 저희들의 판단으로 드린 것 같다"고 말한 내용을 근거로 한 기사입니다.

이제, 이 사건을 지난 4월10일과 17일에 특종보도한, 인터넷신문 스카이데일리의 기사 '선관위 -에이웹(A-web)-미루, 해외사업 3각커넥션 의혹'을 거론해봅시다.

기사의 핵심은 이겁니다.

선관위는 한국의 선거제도 해외전파 사업을 위해 2016년 69억원, 2017년 130억원의 예산을 책정합니다. 이 금액은 해당국의 전자투표기 설치를 위한 기반조성(선거정보시스템, 선거인명부 데이터 구축)에 지원됐습니다. 그런데 사업수행기관인 에이웹은 미루시스템즈 전자투표기를 독점공급할 수 있도록 수의계약 체결을 시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금횡령, 뇌물수수 혐의로 김용희 에이웹 사무총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죠. 선관위는 올해초 자체 내부감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 문제와 관련해 지난달 말(9월27일)에는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이 사퇴를 합니다. 그러면서 김용희 총장도 함께 사퇴하라고 촉구를 하기도 하죠.

# 문제의 핵심은 전자투표기 수의계약과 횡령 뇌물

스카이데일리는 국감서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더욱 자신감을 얻은 목소리로 4월의 보도가 진실로 확인됐다면서, 이 사건의 권력 배후설을 언급하고 있네요. 이렇게 얘기합니다.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한 에이웹이 연루된 비위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 배후에 막강한 정보력을 갖춘 권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민간기구 성격인 에이웹이 독자적으로 여러 국가를 상대로 한 비위행위를 저지른다는 게 선뜻 이해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문제가 된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모처럼 민주화의 기회를 얻은 국가에 전자투개표기를 지원하는 것은, 선거조작의 의심을 사기 좋은 상황이며, 국민들이 승복하지 않는 사태로 발전하면 예측불허의 비극을 부를 수 있는 '위험한 장사'가 아닐 수 없어 보입니다. 독재와 난민의 나라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최극빈에 90%문맹률로 집권세력이 대통령선거를 두번이나 일방적으로 연기시킨 곳입니다. 아프리카컵 축구 대회의 콩고국민들이 "우리는 전자투개표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노래를 합창하고 있기도 합니다.

# 선거를 선진화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권력시스템과 사회적 성숙

선관위의 이런 지원이 지닌 상징적 '불편함'은 또 있습니다. 선거를 선진화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공정함을 보장하는 권력 전반의 시스템과 사회적 성숙도라는 점을 생각할 때, 전자투개표기가 기술적 고도화를 통해 부정선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일반의 의심을 선관위가 이상한 장사로써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직접 제손에 쥔 용지로 투표를 하려는 국민들에게 굳이 전자투개표기를 안기는 것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과 힐난은, 정치는 기술보다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원칙을 환기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이런 일을 팔걷어서 후진국 원조랍시고 하는 것도 우스꽝스러운데 거기에 수의계약과 부정부패가 끼어들고, 권력의 수상한 입김마저 느껴진다면, 이건 정말 최악입니다. '쉬운 선거'의 유혹을 지닐 수 밖에 없는 정치집단이 이것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듯한 장면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풍경입니다. 지난 선거, 그리고 다가올 선거. 우리 선거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던지는 기사가 아닐 수 없네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상국 논설실장
 
 
 

컴패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네티즌 의견 0
0 / 300

실시간 급상승

9.9초 더보기

아주 글로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