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쇼크'…부품업체도 돈줄 말라 "살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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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입력 2018-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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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성차 위기에 부품업체는 고사 직전… "고비용 저효율 구조 뿌리뽑아야"

울산 현대자동차 수출선적부두에서 수출을 위해 대기중인 차량들. [연합뉴스]



수만종의 부품 밸류체인을 만들어내며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 됐던 자동차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이 쓰던 부품들을 모아 자동차를 만들던 우리나라는 짧은 시기에 세계 자동차 5대 생산국 반열에 오르는 등 전무후무한 급속 성장을 이뤄냈지만 최근 들어 ‘역성장’ 기조가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고조되는 등 대외적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급격한 인건비 상승과 이어지는 악재는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맏형’ 현대차도 위기감 고조

국내 완성차업계의 큰형님 격인 현대차는 25일 충격적인 3분기 성적표를 내밀었다.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은 76%나 떨어진 289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2%로 현대차가 기록한 분기 최대 영업이익률(2012년 2분기 11.6%) 대비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전적 품질문제 예방강화활동과 에어백제어기 리콜 및 기존 엔진 리콜에 대한 추가 비용으로 품질 관련 비용이 약 5000억원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품질 비용이 줄어들고 4분기 이후 SUV 및 대형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경영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근본적으로 저비용·고효율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위기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원·달러 환율 하락과 신흥국 통화 약세 등 환율 악재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 등 주요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며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 또한 지속돼 대외적 상황은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높은 인건비 등 과도한 비용으로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 생산량이 더 줄어들어 비용구조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자금여력도 떨어진다.

군산공장 폐쇄를 단행하고 철수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GM 사태 역시 근본적으로 고비용 생산구조가 문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한국GM 사태를 놓고 여러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사태의 본질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GM의 가동에 회의를 나타낸 것”이라며 “비용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한국GM의 철수설은 지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과 대대적 개혁 없으면 조선업 사태 재현”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부품 협력사들과 전후방 연관산업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모인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최근 정부에 3조1000억원에 달하는 긴급자금을 요청했다.

이는 국내 완성차업체 1차 협력사 851곳을 대상으로 정부 지원이 필요한 금액 규모 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부품업체들의 가장 많은 요구는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 달라는 것이었다. 대출금 상환 연장과 관련한 자금 지원 수요가 1조7000억원에 이르렀다. 이어 시설투자비 1조원, R&D비용 40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부품업체의 자금난은 심각한 상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여신 규모 28조원 중 약 10%는 자본 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된 1차 협력사 89개사 중 47.2%에 해당하는 42개사가 올해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차 협력사가 이렇게 어려운데, 2‧3차 협력사의 사정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현재 자동차산업의 상황을 5년 전 조선산업에 비교하기도 한다. 조선업의 몰락은 조선소에 의존하던 지역경제 자체를 붕괴시킬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컸다. 정부는 갑작스런 고용대란의 우려 때문에 제대로 된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못하고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산업이 조선업만큼 어려움에 빠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동차산업은 2016년 말 기준 한국 제조업 생산의 13.9%, 제조업 종사자의 1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조만간 종합적인 부품업계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산업부는 그동안 자동차부품업계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별 간담회를 열어 업계 어려움을 청취하고 실태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선 대대적인 노동개혁만이 자동차산업을 근본적으로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가뜩이나 낮은 근로 유연성에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까지 더해지면서 근로조건이 전 세계에서 최악이 됐다”며 “자동차산업이 살아나려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한 대대적인 노동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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