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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끼’ 해결한 김정은, 베트남式 경제발전으로 나아가라

황호택 논설고문입력 : 2018-10-23 07:31수정 : 2018-10-23 07:31
[아주경제 뷰포인트]지금 김정은에게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황호택 논설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연합뉴스]



# "북한 곡물생산량 10% 늘었다"

한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만 관심을 갖는 사이에 김정은이 농업 개혁과 장마당 활성화를 통해 식량난을 개선한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수적인 북한연구자 그룹에 속하는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경제 통계가 없어 정확한 분석을 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연간 곡물생산량이 10%가량 늘어 500만t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수십만 또는 수백만명의 아사자를 내고 하루 한 끼 먹던 북한 주민이 세 끼를 다 먹게 된 것은 김정은의 치적이다.

비료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고 극심한 경제제재 속에서 어떻게 식량생산이 크게 증가하는 기적이 일어났는가. 김정은은 2015년경부터 4, 5명의 가족 단위로 포전담당책임제를 실시해 소출의 일정 몫만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는 장마당에 내다팔 수 있게 했다. 김정은의 지시로 당에 바치던 애국미와 군(軍)이 떼어 가던 지원미도 없앴다고 북한에 다녀온 조총련 동포들은 전한다.

# 100만명이 움직이는 북한 장마당 경제

전업주부와 은퇴세대가 시작한 장마당 경제는 현재 종사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유통경제망을 구축했다. 소비재 생산 장려를 통해 국제제재 속에서도 생필품이 공급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강도 높은 국제제재를 받으면서도 북한 주민의 생활이 나아진 요인이다.

북한이 하루 세 끼 식사 문제를 넘어서 중국·베트남의 경제발전 모델을 따라가자면 국제제재가 풀려야만 가능하다. 김정은이 핵을 가진 채로 국제제재를 풀어 경제발전을 이룬다면 최상이다. 하지만 비핵화 없이는 국제제재를 풀 수 없다. 진보적 입장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이 자력갱생(自力更生)의 수준을 넘어선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을 시간벌기나 쇼라고 보기만은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 북미, 이제 적당한 정도의 주고받기 필요

트럼프 행정부는 북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전까지는 국제제재의 압박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미국이 북한과 적당한 정도의 주고받기를 안 하면 북한은 다시 자력갱생과 핵 보유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에 김정은이 트럼프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핵탄두는 숨겨두고, 필요가 없어진 시설만 해체하는 꼼수를 쓰다가는 미국의 인내력이 바닥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임기 말이 닥치면 재선을 위해서라도 군사적 옵션을 테이블에 다시 올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초기에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려다가 중단한 것은 밥 우드워드의 ‘공포(Fear)'에 나와 있는 것처럼 북핵의 은닉 장소 등에 관한 정보가 불충분했기 때문이었다.

트럼프 집권 초기에는 외교적 노력도 안 해보고 바로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는 데 따른 부담이 있었지만 북·미 싱가포르 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미국을 계속 우롱한 것으로 드러나면 미국은 더 참지 못할 것이다.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핵과 미사일을 북한이 가졌다고 미국인들이 믿기 시작하면서 북핵은 미국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에 북이 반격한다면 그것으로 북한 정권이 끝장나는 전면전의 개막이다. 트럼프 같은 성격이면 미국 본토 밖에서 벌이는 전쟁에 심적 부담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 김정일과는 개혁속도 다른 김정은, 지금 선택의 기로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하고 경제발전을 하면 체제가 흔들린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었지만 김정은의 경제개혁 속도를 보면 아버지와 다르다. 정권의 안전을 보장받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김정은의 권력기반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중국과 베트남이 앞서 간 길을 북한이 못 간다고 볼 이유가 없다.

버락 오바마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에게 북핵은 2차적 과제였다. 지금은 미국과 한국이 함께 나서 비핵화를 하면 경제발전을 시켜주고 체제 보장을 해주겠다며 정상회담을 번갈아 열고 있다. 북한이 핵을 완전히 발가벗겨 주더라도 경제발전을 이루고 나서 다시 시작하면 1년 안에 핵무력을 완성할 수 있다. 미국과 한국 대통령이 호의적인 지금이 북핵을 가장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기회다. 하늘이 준 호기를 놓치고 세계 슈퍼파워와 대결의 장으로 들어서면 북한의 미래는 물론이고 김정은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황호택 아주경제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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