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 시진핑의 ‘생태문명 사상’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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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아주경제 논설고문
입력 2018-10-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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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아주경제 논설고문 겸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봄철이면 한국의 하늘을 자욱하게 뒤덮는 미세먼지는 절반은 한국 책임이고 절반은 중국의 영향이다. 2013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미세먼지 분석 결과 국내 요인은 47.4%이고 나머지는 중국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베이징과 서울은 직선거리로 914㎞. 베이징에서 발생한 가시거리(可視距離) 10m 이내의 최악 스모그는 서풍을 타고 2~3일이면 서울에 날아온다. 한·중·일 3국은 2000년부터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나 최종 결과는 내년에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지속된 한·중 고위언론 대화는 지난 10월 11일 ‘한·중 미세먼지 및 공해 감소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중국 측은 처음에는 미세먼지를 포럼 제목으로 달기는 곤란하다며 한달 가까이 밀당을 하다 한국 측 자료에는 미세먼지로 하고 중국 측 자료에는 생태환경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쓰는 선에서 합의가 됐다.

중국 공산당은 2017년 10월 24일 폐막한 제19차 당 대회에서 당장(黨章·당헌)에 생태문명 건설을 시진핑 주석의 핵심 통치이념으로 삽입했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문제를 놓고 외국 언론과 토론하는 데는 다소 부담을 느꼈다. 중국 언론인들은 그러나 주제발표와 토론에 들어가자 시진핑 사상을 거론하며 적극적인 태도로 나왔다. 왕샤오후이 중국망 총편집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금까지 중국은 환경의 희생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이제는 경제 성장의 지표와 속도를 희생해서라도 생태환경을 보호하자는 쪽으로 통치이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은 외국문제에 관한 한 신화사의 보도가 바로미터다. 한·중 고위언론대화의 토론도 마찬가지였다. 왕찡중 신화사 대외부 부주임은 제19차 당대회가 생태문명 사상을 통치이념에 반영한 것은 중국 최고위급의 정치적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 언론은 시진핑의 사상에 따라 생태환경을 문명발전과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붜 중국국제방송국 총편집실 주임은 청산녹수(靑山綠水)가 금산은산(金山銀山)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소개했다.

중국 공산당의 당헌에 시진핑의 생태문명 사상이 들어가면서 미세먼지와 공해를 다루는 중국의 태도는 이전과 확연히 구분된다. 성장(省長)들의 고과 점수를 매기는 데 생태환경 개선에 가중치가 주어졌다.

중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미세먼지 걱정 없는 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 국력을 기울이고 있다. 멍위훙 환추시보 부총편집장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외국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을 보며 중국을 우롱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지금은 베이징 시민이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미세먼지 농도를 매일 살핀다”며 지난 10년간 중국인의 환경인식에 큰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 축(軸)에서 한국으로 불어오는 미세먼지는 석탄에너지 사용이 주원인이어서 중국 정부의 노력에 따라 개선될 여지가 많다. 최근 중국 대도시들의 미세먼지 대기오염도는 괄목할 만하게 좋아지고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베이징 부근의 공해 공장과 석탄화력발전소의 이전, 노후차량 200만대 감축, 석탄 보일러의 전기 보일러 대체 등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중국은 석탄발전을 줄이고 그 대안으로 원자력과 수력·가스발전, 태양광과 풍력발전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은 화석연료의 보완재이지 대체재가 될 수 없다.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중국보다 한국이 오히려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북쪽의 고비사막 등에서 날아오는 黃沙(황사)는 물 부족과 사막화가 주 원인이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리비아는 국토의 90%가 사막이다. 리비아는 송수관을 매설해 1만리 인공물길(약 4000㎞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죽음의 땅을 옥토로 바꾸었다. 중국의 경제력이라면 만리장성 같은 만리 물길을 만들어 사막화를 획기적으로 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제발표를 한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것은 큰 먼지인 황사보다 입자의 지름이 2.5㎛ 이하인 미세먼지(PM 2.5)로, 폐 깊숙이 침투하는 1군 발암물질”이라며 “중국 언론인들이 미세먼지에 대해 공동 취재와 보도를 하자고 제안하는 데서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1년 동안 미세먼지로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번 포럼을 주최한 21세기한중교류협회 김한규 회장은 “한국과 중국은 호흡공동체다. 미세먼지는 어느 한 나라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시진핑 주석이 통치이념으로 미세먼지를 다루기 시작한 만큼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미세먼지 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 미세먼지에 절반의 원인을 제공하던 중국의 변화로 한국의 대기는 전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이제 중국을 손가락질하던 손을 내리고 나면 나머지 절반은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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