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신동빈, 5분 최후변론 “경제학교과서대로 살겠다, 일할 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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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우 기자
입력 2018-08-2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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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접 써온 변론문 읽어…“최순실 존재 전혀 몰라, 기부한게 왜 문제냐...억울”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기업보국(企業報國) 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신동빈 회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직접 최후 변론을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 무려 4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재판에서 신 회장은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은 뒤 힘겹게 입을 열었다. 

신 회장은 앞서 발언한 누나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보다 훨씬 긴 5분여 동안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한국말은 다소 서툴렀지만, 억울했던 점을 말할 때의 어조에는 흔들림 없이 다부졌다. 그는 혹여 발언 중 실수할까 미리 자필로 쓴 변론문을 차분하게 읽어내렸다.

신 회장은 “아버지(신격호 명예회장)를 비롯해 가족과 나를 도와준 롯데그룹 임원들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무척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며 “나와 내 가족들이 심려 끼친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국민에게 심려 끼친 점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K스포츠재단 70억원 출연에 대해 “누가 봐도 이상하고 부당한 요구를 받았다면 거절한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요청받은 것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선수들을 위한 센터를 짓는다는 것이었다. 우리 포함한 이미 많은 기업들이 해당 재단에 기부했고, 사익을 추구한 사람 있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순실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며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 대해서도 “비밀리에 만나서 문제가 된 건지,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기부를 해서 문제가 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해결이 그 당시 나와 그룹에 있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월드타워와 면세점은 그룹 전체 매출의 0.7% 불과하며 수많은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분쟁에 대해 질책할 줄 알았는데 별다른 말이 없었고, 되레 준비해 간 평창 올림픽 자료에 대해 경청해줬다. 그런데 독대 후 이틀 뒤 유례없는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될 것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법정 구속된 이후 심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10개월 가까이 이곳에서 지내면서 정말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다”며 “런던 금융권에서 근무할 때도 뇌물 같은 것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30대 중반 아버지 부름에 따라 우리나라 들어와서 롯데그룹 입사했던 당시에는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학연 지연 인맥도 없고 우리말도 서투르고 한국문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저는 롯데그룹이 가족 중심 기업이 아닌 진짜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아버지를 설득해 롯데쇼핑을 상장시키기도 했다”고 그간 살아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이 같은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빨리 바꾸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기업은 작은 사회와 같고 공동체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회사가 어떻게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와중에 우리 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에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도 있었고 국부유출이라는 오해도 받았다”고 말했다.

억울한 마음도 있었지만 앞만 보고 달린 과오에 대한 질책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특히 2010년부터 불거진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생겨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또 다시 법정구속과 같은 일을 겪을지 몰랐다고 다시 한번 읍소했다.

끝으로 신 회장은 “제가 배운 경제학 교과서에는 ‘기업가 정신’이 강조돼 있었다. 스티브잡스도 실패를 딛고 회사를 성공시킨 것은 기업가 정신을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롯데그룹 회장으로서 우리 그룹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자각하고 국민에 대한 기여를 하고 싶다”며 “소홀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겠다. 특히 아버지가 강조했던 기업보국을 하겠다. 국가 경제를 위해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신 회장 관련 재판은 첫 항소심이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이날까지 6개월간 공판 준비기일을 포함해 총 19번 열렸다. 신 회장에 대한 최종 선고기일은 오는 10월 5일 오후 2시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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