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쇼크', 금융위기로 번지나…리라화 또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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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8-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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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亞서 또 '사상 최저'…"美 제재보다 내부 문제가 더 심각"

  • 전문가들 '경제 재균형' 촉구…"신흥시장 충격 제한적" 관측도

10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한 환전소[사진=AP·연합뉴스]


'터키 쇼크'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터키가 미국의 제재 압력에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지만, 금융시장 혼란에는 워낙 취약해서다.

◆13일에도 리라화 급락…터키, '금융위기'로 가나

블룸버그는 13일 리라화 급락세가 지난 주말에 이어 이날도 이어졌다며 터키가 금융위기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리라/달러 환율은 한때 7.23리라를 웃돌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값 낙폭이 전장대비 13%에 달했다. 리라/달러 환율은 오전 11시15분 현재 7.01리라 선으로 떨어졌지만, 시장에서는 올 들어 이미 40% 넘게 폭락한 리라화의 약세 행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당장 가장 큰 부담은 미국의 제재 압력이다. 지난 10일 리라화 폭락 사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의 미국인 목사 장기 구금을 문제삼아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다른 나라보다 2배 높은 폭탄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촉발됐다. 백악관은 지난 11일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새 관세(철강 50%, 알루미늄 20%)를 13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터키 정부가 보복을 다짐하면서 두 나라의 갈등은 앞으로 더 격해질 분위기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재보다 터키 내부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16%에 달한 물가상승률과 세계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가 리라화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5~6월 기준금리를 8%에서 17.75%로 올리는 극약처방을 동원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중단했다. 시장에서는 6월 말 대선에서 압승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로 본다.

그는 전날에도 고금리가 부자들의 배만 불린다며 금리인상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도 금리인상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길라움 트레스카 크레디트아그리콜 선임 신흥시장 투자전략가는 "금리인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새 경제팀과 중앙은행의 독립에 대한 진짜 약속을 통한 경제의 완전한 재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압승으로 현대판 '술탄'(중세 이슬람제국 황제)이 된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동안 추구한 '오로지 성장' 정책에서 벗어나 경제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써야 할 통화정책을 성장의 도구로 이용한 게 가장 큰 패착 가운데 하나라고 꼬집는다. 불투명한 통화정책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을 촉발하며 리라화 폭락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존 히긴스 선임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과도하게 느슨한 통화·재정정책 때문에 터키의 문제가 계속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윈 틴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 투자전략가도 리라화 폭락 사태에서 미국의 제재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봤다. 시장을 잘 모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모든 정책을 주도하는 게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6월 대선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그가 경제정책을 더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틴은 "과거 터키에서는 위기가 불거졌을 때 시장 친화적인 관리들이 큰 역할을 했지만, 지금 이들은 축출되거나 좌천됐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이 전날 밤 13일 오전부터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환율시장 분위기는 별로 호의적이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금융시장 긴장…"신흥시장 충격 제한적" 관측도

터키 쇼크에 글로벌 금융시장도 바짝 긴장해 있다. 특히 터키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상당한 은행권에 우려가 집중된다. 티머시 애시 블루베이 자산운용 선임 신흥시장 투자전략가는 CNBC에 은행 익스포저가 현 시점에서 터키 쇼크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터키 관련 은행 익스포저가 유럽, 미국, 일본, 중국, 중동 등 국제적으로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그 규모가 영국이 192억 달러, 미국 180억 달러, 일본은 140억 달러에 이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신흥시장이 터키 쇼크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신흥시장이 터키 쇼크를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다른 주요 신흥국이 터키보다 외채 비중이 낮고, 경상수지 적자 규모도 적으며 신흥시장 투자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한 예로 주요 신흥국 증시를 반영하는 MSCI신흥시장지수에서 터키는 비중이 1%도 안 되지만, 중국은 30%가 넘는다.

WSJ는 또 달러 강세 속에 다른 몇몇 신흥국 통화도 최근 급락세로 고전했지만 터키 리라화만큼 아니라고 지적했다. 10일 현재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40.96% 떨어졌지만 아르헨티나 페소는 36.36%, 러시아 루블 12.08%, 남아프리카 랜드화는 12.18%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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