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동원 회장, ‘노조의 종말’을 고하다...첫 한국 개최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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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기자
입력 2018-07-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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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바 노조 등 준(準)노조가 노조 대체할 것

  • 노·사·정 '포용적 노동' 고민할 때

  • 사상 처음 한국 개최, 방문객 2500여명 역대 최고

김동원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회장[사진=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김동원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회장[사진=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앞으로 한국의 노동조합(노조)은 보다 세분화될 것이다. 이른바 준(準)노조라고 하는 알바노조, 여성민우회, 가수협의회 등이 대표적이다. 법적 노조는 아니지만 그들의 권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노조와 비슷하다. 이제 한국 사회가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포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 노조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김동원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은 ‘노조의 종말’을 예고했다.

향후 몇 년 새 국내 고용관계가 계약 위주로 바뀌면서, 지금의 집단적 형태의 노조 역할은 희석될 것이라고 했다.

금속노련, 금융노조처럼 다수의 노동자가 모여 여러 고용형태의 노동자 집단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소규모 특수 계층이 개별적 군락을 이뤄 자기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23일부터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18회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2018 서울 세계대회' 폐막식에서 만난 김 회장은 고무돼 있었다.

사상 처음 한국에서 개최한 행사에 국내외 관계자 2500여명이 다녀가 역대 최고 참석률을 기록했다. 지난 1994년 미국 대회 1000여명, 2000년 일본 1200여명 등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치다.

김 회장은 “현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고 들어선 덕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예상 못했다”며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고용·노동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회였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고용: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격하게 전환 중인 고용 및 노·사 관계의 미래를 진단하고,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쟁점이 노·사를 대결 구도로 몰고 가는 한국 사회에서 노·사의 발전적 관계, 즉 미래의 선진 노·사 관계를 논의하는 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계약으로 고용관계가 시작되고, 종료되기 때문에 기존 노사관계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00년대 포드 등 대기업 집단이 노동시장에 군림하며 입사해 신입 교육받고, 승진하고, 정년퇴직하는 직장 내 사이클이 100년간 이어져 왔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고용의 형태가 계약관계로 바뀌면서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던 시대가 끝나고, 단체협약에 나서는 노조의 역할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프리랜싱 플랫폼’에 주목했다. 구직자가 원하는 일을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계약하는 형태인 소위 '제로 아워 계약(zero-hour contract)'으로 탄력적 유연 근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 회장은 “프리랜서로 재택근무를 하고, 대리기사가 20분 운전하고 돈을 받아가고, 편의점·식당 등 여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는 일본 프리터(freeter)족 등이 이와 유사하다”며 “종속된 직장의 개념이 아닌, 이곳저곳에서 능력껏 일하고 원하는 임금을 받아가는 ‘노동 노마드(labor nomad)’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초단기 계약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하지 않다”며 “대신 알바노조, 대리기사협의회처럼 소규모 조직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인 준노조(quasi union·유사노조)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준노조는 합법적 노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노조는 법적 테두리 내에 있지 않기 때문에 파업과 같은 집단행동을 할 경우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심하면 협박죄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김 회장은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방치할 경우 갈등과 반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이들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여 노동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포용적 노동’이라 칭했다. 최근 기득권 노조로부터 소외돼 왔던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여성·청년·노인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고용노동부와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회, 노동자단체인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모처럼 노·사·정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주목받았다.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 단축 등 쟁점으로 단절됐던 노사정 대화가 재개될지 여부가 큰 관심사였다.

김 회장은 “국제 대회라는 특성상 국내 노동 현안보다 일의 미래, 발전적 노·사 관계 등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댔다”며 “단편적 쟁점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우리의 고용·노동시장을 고민할 때는 노·사가 없었고, 여기서 미래를 봤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는

노사관계 분야에 대한 국제적인 지식 공유와 발전을 위해 1966년 설립됐고, 전 세계 48개국의 고용·노사관계 학회가 가입돼 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다루는 넓은 범위의 노동 관련 주제들을 연구하고, 3년마다 세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19회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는 2021년 6월 스웨덴 눈드에서 열린다. 차기 회장으로 스웨덴 출신 미아 룬마(Mia Ronnmar)가 선정됐다.

◆김동원 국제노동고용관계학 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에서 노사관계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자동차부품업종위원회 위원장,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9월 한국인으로는 처음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LERA) 회장에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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