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브렉시트' 반발 英브렉시트부 장관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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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8-07-0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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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메이 총리 '소프트 브렉시트' 급선회 반발 본격화…노동당 "메이 권한 잃었다" 비판

8일(현지시간) 사임한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로 돌아선 지 이틀 만에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이 사임했다. 메이 총리의 새 브렉시트 방침을 놓고 집권 보수당 내 강경파들의 반발이 본격화한 셈이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데이비스 장관이 이날 밤 사임했다. FT는 메이 총리가 데이비스 장관의 말을 무시하고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밀어붙인 지 딱 48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브 베이커 브렉시트부 차관도 이날 데이비스 장관의 뒤를 따랐다.

데이비스 장관은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메이 총리가 극적으로 소프트 브렉시트 합의안을 도출한 뒤 이틀 만에 관련 장·차관이 사임한 건 브렉시트 전략을 둘러싼 보수당 내 분열상을 보여준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마라톤 각료회의 끝에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담은 세 페이지 분량의 성명을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당초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며 EU 단일시장, 관세동맹 등에서도 완전히 발을 빼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했다. 보수당 내 EU 탈퇴 강경파가 지지해온 방식이다.

메이 총리는 그러나 이번 각료회의 합의를 통해 소프트 브렉시트 쪽으로 급선회하며 노르웨이 방식의 EU 탈퇴를 추진하기로 했다. 노르웨이는 처음부터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유럽경제지역(EEA)의 일원으로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인정받는다. 노르웨이는 대신 영국이 EU의 일원으로 내야 하는 예산 분담금의 80~90%를 부담하고, EU 법률의 75%를 따른다. 강경파가 주장하는 완전한 EU 탈퇴, 하드 브렉시트와는 거리가 먼 방식이다.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안에는 EU와 상품을 교역하기 위한 자유무역지대 설치, 금융 부문 협정 추진, 거주·이동 체계 재정립, 관세협정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FT는 메이 총리가 소프트 브렉시트안을 각료회의에 내기로 맘을 먹는 마지막 순간까지 몇 개월간 데이비스 장관을 따돌렸다고 지적했다. 데이비스 장관은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안이 결국 EU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양보의 빌미가 될 것이라며 말렸다. 단호한 브렉시트 의지가 약해지면 협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이비스 장관은 이날 메이 총리에게 보낸 사임 서한에서 "최근의 (브렉시트) 정책 및 전략 기조는 점점 더 영국이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을 떠나는 것 같지 않게 보이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메이 총리 쪽은 다른 탈퇴파 각료들이 데이비스의 뒤를 따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드 브렉시트를 강력하게 지지해온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도 사임설이 불거진 인물 가운데 하나다. 그는 지난 6일 각료회의에서 소프트 브렉시트안을 옹호하는 건 '똥에 광을 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맹비난했다. 다만 메이 총리의 제안에 끝내 응한 그는 사임은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당 일각에서는 탈퇴파 중심으로 당대표 및 총리 교체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한다.

야당의 압력도 거세졌다. 노동당의 이언 래버리 의원은 "완전한 혼란이고 메이 총리에게는 남아 있는 권한이 없다"며 "그는 브렉시트를 해낼 수 없고 우리나라는 완전한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지난해 6월에는 EU와 브렉시트 조건과 향후 관계 설정 등을 둘러싼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영국은 EU에 공식적으로 탈퇴의사를 통보한 뒤 2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 29일 EU를 공식 탈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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