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보증 발(發) 중도금대출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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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8-06-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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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젤은행감독위원회 거액익스포저 규제 내년 1월1일부터 시행

  • 주금공, 신보는 아닌데…허그만 규제 대상

  • "개정안 연내 통과 안 되면 은행 대출 34조 회수해야 할 수도"

[그래픽=임이슬 기자 ]



내년 1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거액익스포져 규제 시행을 앞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하 허그) 발(發) 아파트 중도금대출 대란이 우려된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허그가 보증해 준 은행 대출 가운데 34조원이 규제 한도를 초과한다. 따라서 정부보증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은행들은 신규 중도금대출 중단은 물론이고 수십조 원에 이르는 기존 중도금 대출을 회수해야 할 판이다.

정부와 허그는 중도금 대출대란을 막기 위해 보증 손실이 발생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고 국토교통부장관이 자금운용을 감독하도록 주택도시기금법을 개정해 연내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고 시간이 촉박해 비상이 걸렸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허그 등에 따르면, BCBS의 국제 기준인 ‘거액익스포져 측정 및 감독체계 기준서’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 내년부터 허그의 보증 업무가 차질을 겪을 수 있다. 

BCBS가 2014년 4월 발표한 거액익스포져(위험노출액) 한도 규제에 따르면, 거래상대방에 대한 거액익스포져는 은행 기본자본(바젤Ⅲ 기준)의 2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위험노출액이 많은 특정 거래상대방의 부실로 인한 은행의 동반부실을 막는 것이 골자다. 

문제는 공적 보증 발급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중 허그만 해당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은행과 허그 간 거래에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는 점이다.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은 관련 법에 정부 손실보전 조항이 있어 해당 규제가 면제돼, 은행들이 이들 기관과는 한도에 상관 없이 보증부 대출을 내보낼 수 있다. 반면, 허그의 주택도시기금법에는 정부 손실보전 조항이 없다.

연내에 '정부 손실 보전 조항'이 담긴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은행은 불가피하게 채무자들로부터 대출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신규 보증을 받는 것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국토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하나·농협·국민·신한·기타은행 등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기본자본(바젤Ⅲ) 129조원 가량 중 거액익스포저 한도 25%를 초과하는 금액은 34조원(추정액)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거액 익스포져 규제는 강제력은 없으나 준수하지 않을시,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가로막히는 등 불이익을 받아 강제력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허그 관계자는 “은행이 차주들로부터 대출을 회수해야 하거나 신규 대출을 취급하는 데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중도금 대출이 막힐 경우 자금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도금대출은 허그의 보증부대출이 대부분이다. 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은 사실상 신용대출이나 마찬가지여서 허그의 보증 없이는 대출을 취급할 수 없다”며 “대출 특성상 이자만 내는 형태여서 대출자들에게 당장 갚으라고 한들 갚을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그는 주택도시기금법에 ‘공사의 결산에 손실이 생긴 경우 보증이행준비금, 이익준비금 순으로 보전하되, 보전하고도 남는 손실금이 있으면 정부가 이를 보전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마련했다. 박덕흠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했고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됐다.

​애초 정치권에서 다각적인 검토 없이 모럴해저드를 이유로, 정부 손실 보전 조항을 없애 버린 것도 문제다. 2014년 7월 주택도시기금법이 제정될 당시 초안에는 손실 보전 조항이 담겼으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면서 조항을 없앴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이번 개정안에는 국토부 장관에게 허그의 자금 운용을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허그 관계자는 “법사위와 본회의 등 아직 절차가 남아, 법안이 100% 통과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며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이행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이 마련돼, 현실적으로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상황은 일어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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