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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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6-1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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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동안 북한 정권, 핵무기 등 군사·정치에만 초점 맞춰

  • 북핵 안보 위협에 가려진 북한 주민 생활상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전경. [단둥(중국)=유세웅 기자 timeid@]


“한국 말 참 잘하시네요.”
“평양 말인데요!”

얼마 전 북·중 접경지역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한 가게에서 만난 북한 사람과 주고받은 대화다. 화가 난 듯한 강한 억양의 말투에 놀란 기자는 저도 모르게 위축됐다. 남한 사람에게 잔뜩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고는 쫓기듯 가게를 나왔다.

사실 그 동안 기자에게 북한 사람은 딴 세상에 사는 낯선 이방인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불렀지만 소원이 통일이었던 적은 없었다. “서로서로 도와가며 형제처럼 지내자. 우리는 한 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는 가사를 흥얼거리며 고무줄놀이를 했지만 북한 사람을 한 형제로 느끼진 못했다.

오히려 그들을 세뇌된 김일성 숭배자,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로봇'이라고 생각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평양 주민이 오열하는 모습을 TV로 접하며 ‘연기하는 건 아닐까’ 의심도 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기자는 북한에 무지했다. 아니 무관심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북한이라고 하면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 잔혹한 독재 국가, 혹은 핵 무기, 탈북자, 뭐 이 정도 단어만 머릿속에 떠오를 뿐이었다.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뭘 먹고, 뭘 하고 사는지, 북한의 실상을 들여다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얼마 전 평양에 여행 다녀왔다는 한 중국인이 “평양 시가지는 마치 선전(深圳) 같았어요. 번화하더라고요”라고 말했을 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북한에서도 (비록 인터넷 접속은 안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신용카드를 긁고, 애완견을 키우고, BB크림을 바르고, 스키니진을 입기도 한다는 북한 전문 외국인 특파원이 쓴 책의 내용은 그래서 흥미로웠다.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닌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요, 북한 사람들은 ‘노동당’보다 ‘장마당’을 더 믿는다는 말도 새롭게 다가왔다.  

사실 우리나라 언론의 북한 보도는 북한 정권과 핵 무기 등 군사·정치적인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바람에 북한의 경제 발전상이나 사회 변화에 대한 보도는 북핵 안보 위협에 가려져 있었다. 그래서 기자의 머릿속에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편견, 고정관념이 뿌리깊게 박혀있었다. 단둥에서 만난 ‘화가 난’ 북한 사람도 어쩌면 원래 말투가 그런 건데 기자가 어떤 프레임을 씌워서 바라봤는지도 모르겠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12일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를 계기로 남북 교류가 활성화돼 이제 우리도 북한 사회의 실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길 바란다.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해 우리와 언어·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북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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