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칼럼] 플랫포마이제이션,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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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입력 2018-06-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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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동네마다 반드시 있었던 비디오 가게가 사라졌다.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던, 사진관이나 동네 서점들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비디오 테이프가 사라지고, 인쇄된 사진이나 책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들이 이들을 대체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은 ‘놀이터’다. 여기서 ‘놀이’란 그 어떤 것도 포함된다. 어머니께서 콩나물 심부름을 시키시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자. 전통시장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그렇다면 ‘콩나물 사는 놀이’의 플랫폼은 전통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 우리가 전통시장에서 소비지출하는 규모는 몇 퍼센트나 될까?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상당수의 우리는 대형마트로 옮겨갔고, 지금은 인터넷 쇼핑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시장도 소비라는 놀이의 플랫폼이요, 대형마트도, 그리고 온라인쇼핑몰도 소비의 플랫폼인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사항은 그 플랫폼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고, 특히 최근에는 온라인 기반 플랫폼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종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플랫폼의 모습이 ‘은행점포에서 은행원을 만나는 모습’에서 점차 ‘ATM/CD기를 이용하는 모습’으로 진화했고, 근래에는 ‘인터넷 뱅킹 및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손 위에서 금융 서비스를 누리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은행서비스라는 놀이터가 대면서비스에서 ATM으로, 그리고 모바일 뱅킹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테크(Tech) 기반의 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시키고, 금융사들이 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도입하는 등 비대면 금융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 밖에도 전화 상담사가 아닌, 챗봇(chatbot)을 이용해 금융상담을 받는다거나, 계좌개설을 위해 점포에 방문할 필요가 생기지 않았고(규제완화 및 핀테크 발전 등), 대출심사 차 점포에 방문해 각종 서류를 제출하는 일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렇게 온라인 기반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기업 경영도 온라인 기반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증대되는 현상을 플랫포마이제이션(Platformization)이라 한다. 플랫포마이제이션은 4차 산업혁명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의 핵심적인 변화에 해당된다.

플랫포마이제이션의 모습은 금융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들이 다양한 산업에 확대 적용되면서 기업들의 플랫폼 의존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탐색이나 거래는 공인중개사무소 방문에서 점차 네이버부동산, KB부동산 리브온, 다방, 직방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많은 제조 기업들도 저마다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물류나 무역시스템에도 블록체인 플랫폼을 도입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시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개별적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모습으로부터, 한 사람의 이동서비스를 총괄적으로 지원해 주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해외에서는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이미 등장해 그 가능성을 보였고, 국내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플랫폼을 구현해 나가는 모습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플랫폼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 기업들이 플랫폼에 기반해 새로운 경영패러다임으로 변화해 나가는 행보에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규제에 가로막혀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 이미 해외에서는 경쟁력과 범용성을 확보한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 나타날 부작용을 검토하고 있는 동안, 해외 기업들은 플랫폼을 확보해 놓고, 규제가 열리는 시점에 전격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사의 서비스에 특화된 플랫폼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서비스 경쟁력에서 플랫폼 경쟁력으로 경쟁의 근간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세분화된 고객층에 맞는 관심 콘텐츠(내 집 마련, 결혼, 투자, 사업, 건강 등)를 플랫폼에 탑재하거나, 지역에 특화된 정보 서비스 및 연결 서비스 등의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보다 편리하고 선진화된 신기술 및 아이디어 도입을 시도하거나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나설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와 협업하거나, 범용화된 플랫폼에 참여하는 방법도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플랫폼들이 생겨나고, 범용화에 실패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경쟁력이 약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보다는 이미 구축된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도 합리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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