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어떻게 개도국 악성 차관을 전략적 투자로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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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8-06-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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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디플로매트지, 기반시설 구축 위한 자금 뿌리며 지정학적 이득 추구 지적

2012년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에서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에서 생산한 자동차가 하역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10년전만해도 남부 스리랑카의 조용한 어촌에 불과했던 함반토타. 이제는 중국이 이곳 항구 운영권을 이전 받으면서 지정학적인 화약고가 됐다.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발판으로 자본이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도로와 항만 등 기반시설 투자를 위한 막대한 차관을 제공해 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는 지난달 30일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과 관련해 제공한 수천억 달러의 차관을 상환할 수 없는 개발도상국들이 등장하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지정학적 성과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중국, 지난해 스리랑카 함반토타 99년 운영권 얻어

함반토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7년 중국 국영기업이 이곳에 자본을 투자해 항구를 건설에 나섰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공약했었지만 지난해 상환 부담이 늘면서 중국 국영 기업에 이 전략지역 항구의 운영권을 99년간 넘기는 서명을 했다.

이같은 거래는 미국과 인도에 함반토타가 언젠가 인도양의 중국 해군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경종을 울렸다.

중국이 빚에 쪼들리는 국가들에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기반시설 프로젝트를 건설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빌려주는 것을 반복하는 잠재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디플로매트지는 분석했다.

최근 하버드대 과학과국제관계 벨퍼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16개 개발도상국이 ‘차관 외교’에 의존하는 취약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명확한 상환 전망 없이 중국에게서 거액의 차관을 받았으며 중국의 요구에 따라 전략적 자산 배치나 외교적 움직임을 보일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거래가 미국의 이익이나 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리랑카만 중국의 부채를 저당 잡힌 유일한 나라가 아니다.

중국과 파키스탄 경제 협력은 620억 달러 규모로 팽창한 가운데 지부티의 경우 중국의 차관 규모는 2014년에서 2016년 GDP의 50%에서 85%로 뛰었다.

라오스와 캄보디아도 중국에 빚을 지고 있어 가레트 에반스 전 호주 수상은 최근 이들 나라를 통째로 중국에 부속된 국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들 사례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불투명한 차관과 큰 돈이 들었지만 수익성 없는 ‘하얀 코끼리’ 개발 사례의 일부일 뿐이라고 디플로매트지는 지적했다.

◆ 차관공여 통해 경제적 지렛대 축적

중국이 차관공여를 통해 경제적 지렛대를 더욱 축적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산당이 글로벌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와 시장의 결합 모델을 활용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디플로매트지는 꼬집었다.

중국의 지리경제학적인 실력행사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에 항의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슈퍼마켓을 폐쇄하는 것부터 중국 반체제 인사가 노벨상을 받은 데 항의하기 위해 노르웨이 연어 수출을 막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차관을 통해 남아시아에서 항구를 획득해 전력을 증강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남중국해 억지 전략을 약화시키는 한편 태평양에서 미 해군 지배력에 도전하는데 활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함바토타 외에 중국은 첫 해외 해군기지를 지부티에 얻었고 파키스탄과 미얀마에 건설한 7개 주요 항구를 통제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중국의 차관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디플로매트지는 일대일로 정책이 마셜플랜이 아니며 차관으로 구성되고 상환을 요구하는 조건이라 지적하면서 개발도상국 차관 공여가 부채에 빠뜨리려는 책략이라기보다는 부산물로 기회주의를 행사하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이들 부채가 더 커져 빚을 진 국가들이 상환이라는 미끼에 남아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디플로매트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에는 성장을 ‘잃어버린 세대’로 알려진 1980년대 27개 남미국가를 상대로 미 은행이 대출 위기를 겪었으나 이들 국가들에게 개혁 프로그램을 제안해 ‘민주주의냐 부채냐’ 선택을 요구했다. 일부 국가에서 폭동이 일기도 했으나 미국은 자국 은행들에 부채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부채국들에게 항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증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개발국가들에 1조 달러를 빌려줄 것을 약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회사들의 경우 중국의 대아시아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에 견줄만한 동기가 없으며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회사들로 하여금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중국 국유기업 경제 모델과 미국의 자유시장의 충돌은 두 거대 세력의 경제 관계를 규정하는데 근본적인 긴장을 불러오고 있는 중이다.

차관 외교와 관련해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외교, 경제, 군사력을 동원해 지역 동맹국가에 독자적인 책임을 행사해 위기를 둔화시키는 것이라고 디플로매트는 강조했다.

공공이나 사적 해외투자 방식을 간소화하고 지역 리더로서의 인도의 상승을 지원하는 한편 미국-호주-인도-일본 네트워크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이 책임 있는 신용 국가로 독립적인 부채 관리와 부채 국가와의 전문적인 계약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디플로매트는 밝혔다.

스리랑카 당국은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 이양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채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정을 해야만 했다”고 했다. 디플로매트는 항구를 넘긴 것이 임시적인 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스리랑카는 이달 초 자금 부족과 저성장으로 중국으로부터 새로 10억 달러를 빌려야 했다. 부채장부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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