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상처뿐인 서울시금고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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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18-05-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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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한은행,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을 제치고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로 선정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승자 없는 싸움'이라고 폄하했다. 과도한 출혈 경쟁 탓에 이겨도 득이 없는 싸움이 된 데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마추어적 모습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서울시금고 선정이 '파격 그 이상의 결과'를 낳았다고 비웃었다. 승자의 여유도, 아름다운 패자도 없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제1금고에 신한은행을, 제2금고에 우리은행을 각각 선정했다. 예산 규모가 1금고는 32조원, 2금고는 2조원인 탓에 104년 동안 서울시 곳간을 도맡아 왔던 우리은행이 '완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금고 선정은 보름 전에 끝났지만 두 은행의 '장외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신한은행이 서울시에 3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4년 동안 우리은행이 1400억원을 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과도한 '출혈 경쟁'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출연금 규모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오히려 떨어진 게 잘됐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일부 임원들은 1금고를 놓친 손태승 우리은행 행장을 향해 "명분보다 실리를 택했다"고 격려했다. 실익이 거의 없는 2금고를 두고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할 수 없이 맡는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행동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은행도 2금고 수주를 위해 단독금고 당시에 버금가는 1100억원을 써냈으니 신한은행을 비난할 처지도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은행들은 이번 서울시금고가 아니더라도 기관영업 곳곳에서 경합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6일부터 서울 중구를 시작으로 서울 자치구금고 25곳을 둘러싸고 2라운드가 시작됐다. 현재 용산구(신한은행)를 제외한 24개구 금고를 우리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쟁탈전은 불보듯 뻔하다.

7월부터는 인천광역시를 시작으로 4개 광역단체도 은행을 새로 선정한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출연금 액수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출연금은 결국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출연금으로 부족한 부분을 대출 금리, 서비스 수수료 조정으로 전가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은행 간 경쟁이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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