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월 인건비 50만원 늘어 알바생 한 명 줄였다…정부, 임대료 탓 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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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기자
입력 2018-01-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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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건비·임대료 등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것 없어…최저임금 1만원 벌써 걱정”

  • - “높은 임대료 역시 부담이지만, 상승률 높지 않아…장기적으로 인력 줄여야”

서울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인근에 늘어선 상가들. 대부분의 상인들은 올해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사진=김종호 기자]


“크게 오른 최저임금과 높은 임대료 가운데 어떤 게 더 부담스럽냐고요? 현실도 모르고 정치 싸움에만 이용하니 정치인이 욕을 먹는 거죠.”(서울 동대문종합시장 상인 박모씨·49)

지난 15일 오전 찾은 서울 동대문.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뿌연 미세먼지로 뒤덮여 어둠이 낮게 깔려 있었다. 주변 상인들 얼굴도 그랬다. 새해 기대감은 온데간데 없고 고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상인들은 미세먼지에도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활짝 열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빠른 걸음으로 사라져갔다.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인근에서 소규모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55)는 지난해 12월부터 평일 근무하던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한 명으로 줄이는 대신, 본인이 직접 나와 커피를 만든다고 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오른 최저임금 때문이다.

그는 “새해부터 알바생 두 명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월급을 대충 계산해보니 약 50만원이 넘었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한 명으로 줄이고 가게 일을 보고 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이다. 인상 폭이 1060원으로 역대 최대치이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요란하다.

야당을 중심으로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피해보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자 정부·여당은 “근본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높은 임대료”라고 맞서면서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보호 방안으로 이르면 이달부터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행 9%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 임대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까지 늘리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다.
 

서울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인근에 늘어선 상가들. 대부분의 상인들은 올해 큰 폭으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사진=김종호 기자]


당사자인 상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높은 임대료 무엇 하나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한다.

동대문종합시장 인근 만두가게 사장인 최모씨(47)는 “자영업자에게 인건비와 임대료 가운데 무엇이 더 부담스러운지를 두고 논쟁하는 정치권에 실망감을 느꼈다”며 “높은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여전한데, 이를 해결하는 대신 인건비마저 크게 올리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도 직원을 단 한 명도 줄이지 않은 그는 “주변 상인들 가운데 직원을 줄이지 않은 경우가 아직까지는 더 많은 것 같다”면서도 “매출은 늘어나지 않는데 인건비만 추가로 나가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사람을 줄이거나, 근무시간을 나누는 방법 등을 찾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상인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목표(2020년 달성)에 따라 당장 내년 최저임금이 얼마나 더 오를지 알 수 없는데 따른 공포감이 크다는 입장을 드러낸다.

동대문 지하 쇼핑센터에서 소규모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1·여)는 “지금은 알바생 한 명으로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에 가까워지면 가족이라도 불러야 할 판”이라며 “높은 임대료도 부담스러우나, 매년 큰 폭으로 오르는 최저임금이 더 무섭다”고 토로했다.

실제 최근 3년간(2014~2017년) 최저임금은 5210원에서 6470원으로 24.2% 올랐다. 반면,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소형상가의 3.3㎡당 임대료는 16만3647원에서 16만5793원으로 1.1% 오르는데 그쳤다. 임대료의 경우 인상률에 대한 부담은 다소 낮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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