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수상한 건축허가 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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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범 기자
입력 2018-01-1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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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앞장서야 할 지자체가 오히려 편파 행정으로 논란 자초

  • 2015년 시청 15개 협의부서 허가 가능 밝혔지만 갑자기 이유 없이 반려 거듭

  • 원창묵 원주시장이 앞장서서 지역 발전 저해, 주민 원성 높아져

살기 좋고 아름다운 지역 만들기에 앞장서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편파 행정으로 지역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업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강원도 원주시가 도마위에 올랐다. 원주시청의 잣대로 보면 시 전체가 건축 문제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원주시 무실로(원동)에 설립 예정인 원주 하나님의 교회. 4차선 도로는 출퇴근 시간에도 한산하다.]



최근 강원도 지역 언론에 원주시 원동주공아파트 재건축이 확정됐다는 보도가 났다. 이 아파트는 지상 5층 규모의 29개동으로 980가구가 입주해 있다.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사업성 등을 고려해 대체로 층수를 늘려 용적률을 높이는 형태로 진행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최소 20층 이상 올라갈 것이고, 세대수 역시 지금보다 2배가량 많아져 1800~2000세대가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재건축을 통해 지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는 비단 아파트에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 상가 등도 향후 더 나은 상황을 내다보고 건물을 매입해 재건축을 진행한다.

그런데 원주시청의 기준대로라면 용적률을 높이기는커녕 기존과 같게 하거나 더 줄여야 재건축을 할 수 있다. 교통 혼잡이 야기될 수 있으니 건물 이용객 전체 숫자만큼 주차장을 확보해야 한다. 교통과 관련해 건축주가 직접 주변 개발계획까지 조사해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 재건축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

실제로 원동에 있는 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원주사옥 건물이 그 예다. ‘교통이 막힌다’, ‘건물 이용객 수만큼 주차장을 확보하라’는 등의 요구로 4년째 재건축을 못하게 막고 있다.

구 LH 원주사옥 건물 재건축을 신청한 곳은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원주교회(이하 원주 하나님의 교회)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는 2015년 건물 이전을 위해 무실로 129(원동)에 있는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절차에 따라 건축 심의를 신청했고, 원주시 건축위원회로부터 법적으로 ‘해당사항 없음’을 통보 받았다. 건축법과 건축조례상 심의가 필요 없는 건물이므로 바로 허가 신청을 진행하라는 것이다. 교회는 그해 11월 원주시청에 건축 허가 신청을 했고, 교통행정과를 포함해 15개 협의부서들은 ‘허가 가능’을 밝혔다.

그런데 갑자기 원주시 건축과에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으로 문제제기를 시작하더니 허가 미루기, 서류 보완 요구, 반려를 거듭했다. 당초 교통 혼잡과 주민 민원을 문제 삼더니 현재는 교통 문제로만 질질 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종교시설 특성상 집회 시작과 종료 후 차량 진·출입 시간이 집중돼 교통 혼잡이 야기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 근거로 옛 LH 건물 앞 진입도로가 평소 차량 통행이 빈번하고 출퇴근 시간, 주말 및 공휴일에 정체현상을 보이는 곳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원주시청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아주경제의 취재 결과 옛 LH 건물 앞 사거리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교통 체증이 거의 없었다. 4차선의 넓은 도로인데다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이후에도 차량 통행이 한산하다. 해당 건물은 과거 아파트 모델하우스로도 이용돼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으나, 당시에도 별다른 교통 혼잡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가 현재 입주해 있는 원주향교(원주시 향교길) 주변 교통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은 대로변에서 조금 벗어난 소방도로 안쪽이라, 차량이 몰릴 경우 혼잡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원주향교 건너편 상인들은 “예배일에조차 신도들의 왕래가 차분해 교통 혼잡 등의 불편을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이용 신도 수는 700~1000명이다. 교회 측은 “주말 예배가 오전, 오후, 저녁 세 차례로 나눠지므로 신도 수가 분산된다. 대중교통 이용 등을 고려하면 교통체증 유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예배일에 교통정리원을 배치해 차량을 지도하겠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그러자 원주시청 건축과는 “교통정리원이 차량을 지도할 법적 근거를 대라”, “교통정리원을 법적 전문가로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교통 유도와 통제를 할 수 있는 법적 권한과 책임을 가진 전문가는 경찰공무원, 경찰공무원 보조자, 군 헌병 등이다. 이들을 교회에 배치하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서도, 정석호 건축과장을 비롯해 건축과 공무원들은 “적힌대로 보완하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다. 보완 요구서에는 ‘주변 지역에서 수립된 개발계획을 구체적으로 조사하고 교통량을 반영해 교차로 수준을 분석’하라는 내용도 있다. 행정적 권한이 없는 건축주가 주변 지역의 개발계획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조사하라는 말일까?

원주시 건축과의 이상한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옛 LH 건물의 법정 주차대수는 32대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는 이보다 2배가 넘는 60여 대 규모의 주차장을 마련했다. 그런데 시청은 “1000대 규모의 주차시설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원주 하나님의 교회 등록 신도 수가 1000명이니 1000대 규모의 주차장을 만들라는 얘기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차량 운전자로 포함시킨 것이다. 종교시설의 경우 건물 주차 대수는 신도 수가 아닌 건물 연면적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앞서 2015년 건축위원회 심의기준을 고시해 ‘건축법령 및 관계법령상의 기준보다 과도한 기준을 건축심의에서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주차장 규모를 법정 대수보다 3000% 이상 확보하라는 원주시청의 요구는 국토부 심의기준까지 위반한 행위다. 원주시 건축과 담당 공무원은 “800석 규모의 식당을 마련하라”, “주변 종교단체와 (건축 허가에 대해) 사전 조율하라”는 비상식적 요구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주시청이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이유가 뭘까? 시청 안팎에선 “원창묵 원주시장의 종교 편향적 사심이 개입됐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실제로 원주시청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조건에서 건축 허가를 신청한 다른 교회에 대해서는 규모가 훨씬 큰데도 일사천리로 건축 허가를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원주 하나님의 교회는 원주향교 소유 웨딩홀을 임대해 교회 건물로 사용하고 있었다. 2011년 원주향교가 재정상 어려움으로 이 교회에 웨딩홀 건물 매입을 요청했고, 교회 측은 매입 대신 임대하기로 해 사용해온 것이다. 그런데 2015년 7월 원주향교 측이 교회에 임대연장 불가 통보를 해왔다. 향교가 보내온 공문을 보면 ‘(웨딩홀을) 건립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있다는 성균관과 원주시청의 질타성 지적에 입장이 난처하다’고 돼 있다. 원주시청이 향교에 압력을 행사했고, 향교 측은 이를 견디다 못해 건물을 비워달라고 한 것. 이후 교회는 향교 측 입장을 감안해 이전을 결정하고 새 건물을 매입해 법적 절차를 밟아 건축 허가 신청을 했는데, 갑자기 원주시 건축과와 원창묵 시장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원 시장은 건축허가 신청 이전에 마쳐야 할 심의회의를 허가 신청 후 137일이나 지난 시점에 돌연 시장 직권으로 안건을 내어 개최했다. 심의 개최 명목을 만들려고 시 조례까지 신설했다. 공교롭게도 해당 조례는 원주시가 심의 개최를 통보한 날보다 하루 뒤 개정됐다. 그런데도 원 시장은 이 사안을 소급 적용해 허가를 막으려 했다. 원주시는 규정까지 위반하며 심의회의 당일 교회 관계자들의 참석을 제지했다. 결국 해당 심의회의는 2~3분 만에 ‘반려’ 처분을 내리며 졸속으로 끝났다. 이때부터 반려 행렬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교회 관계자는 “법적 문제가 없는데 설마 시장이 옳지 않게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원주에 하나님의 교회가 설립된 지는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이 교회 신자들은 원주시민으로서 지역사회를 돕고 이웃과 소통하며 친숙하게 지내왔다. 평소 환경정화활동을 비롯해 농촌일손돕기, 소외이웃돕기, 재난구호활동 등 다양한 봉사도 해왔다. 원주의 관광지인 간현유원지를 비롯해 치악산국립공원, 원주천, 장미공원, 원주체육관과 도심 곳곳을 깨끗하게 청소하며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앞장섰다. 그 공로로 강원도지사 표창을 세 차례나 받았다.
 

[하나님의 교회 신자들이 원주의 관광지인 간현유원지에서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며 환경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회 측은 “원주시에 새 성전이 들어서면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해외 성도들의 한국 방문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수많은 외국인들의 지역 방문은 경제 발전 및 이미지 쇄신과 밀접하다. 원주시에 건축 허가 신청 후 원 시장을 면담했던 임채인 전도사는 “시장에게도 이런 내용을 전달했으나 ‘그런 말 들으러 온 게 아니다’라는 퉁명스런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면담 약속시간을 1시간이나 훌쩍 넘겨 나타난 원창묵 시장은 ‘시간이 없다’며 무성의한 대화만 짧게 하고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그 후로는 원 시장과의 면담 자체가 거부됐다. 비서실에서는 “시장님과는 이야기할 것 없으니 건축과와 대화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사안이 해결될 기미 없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해당 건물은 장기간 사용을 못하고 있다. 건축 관련 전문가들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허가요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이토록 오랜 기간 불공정한 행정처리를 했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도덕적·사회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과 징계를 받을 만한 사유”고 일침을 가했다.

원주시민들은 원주시청의 불공정한 행정처리가 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원동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인근 지역 교통 혼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원주시청의 대책은 아직 세워진 바가 없다. 원주시청 건축과 관계자는 “나중에 재건축 설계가 완성되면 그때 교통 혼잡 문제에 대한 검토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로변에 있는 건물의 재건축조차 발목을 잡는다면 어떤 건물을 재건축할 수 있겠나?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왜 시장이 나서서 지역 발전을 막느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시민도 있다. 오히려 시청이 무실로 도로를 10차로로 넓히든지 제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여타 재건축을 원주 하나님의 교회 증축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지 않는다면 원주시청은 종교 차별의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하나님의 교회 측은 “원주시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직자로서 양심을 회복하길 바란다”며 “원주시장과 원주시청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직권남용, 갑질행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원주시는 문막 화훼관광단지 열 공급시설인 열병합발전소 건립과 관련해서도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엄마를 비롯해 시민들은 지역에 열병합발전소가 건립되면 인체에 해로운 미세먼지 배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반대 집회, 시장 간담회, 인터넷 청원 등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의 교통 문제를 걱정한다면서 주민들의 건강 문제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비판까지 커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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