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김두영칼럼] 금융의 소비자 저항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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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에델만코리아부사장
입력 2017-12-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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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두영 에델만코리아부사장]



금융의 소비자 저항은 시작됐다

비트코인 논란이 뜨겁다.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에 비유하며 조만간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과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단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강력한 규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하지만, 시장에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비트코인 광풍의 표면적 현상보다는, 이것이 왜 등장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은 달러, 유로, 파운드 등 기존 통화수단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다. 환율 변동폭이 너무 심해 대중들은 이를 따라가기 어렵고, 위험회피 목적이 아닌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는 상황에서, 최종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현실을 바꿔보자는 ‘저항’ 정신이 깔려 있다.
핀테크의 등장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 은행, 보험, 투자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에서소비자들은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 왔고, 이는 금융회사의 확고한 수익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핀테크 기업이 처음 꽃을 피운 계기는 해외 송금 수수료의 획기적 인하였다. 해외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송금할때마다 비싼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런데 신생기업이 인터넷과 간단한 인증시스템을 통해 송금 수수료를 은행의 10분의1 수준으로 낮추니 인기 폭발이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혁신은 항상 이렇게 시작됐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불편함과 부당함을 누군가 나서서 해결해주면 국민과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세상은 순식간에 바뀐다. 기술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인공지능(AI)이 인간지능을 빠르게 압도하는 시대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정부 규제가 버티고 있다. 규제는 기술발전을 앞서지 못하고 항상 뒤따라가기 때문에, 시대상황에 맞게 빠르게 고치지 않으면 혁신의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한국의 금융경쟁력은 경제규모 세계 13위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모두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있고, 해외진출은 수십년째 답보 상태다. 외국 정부가 인허가권을 교묘하게 이용해 한국 금융회사의 대주주 지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있으나,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는 정부의 과도한 보호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안전하고 확실한 돈벌이가 있는데 굳이 어렵고 위험한 해외 진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금융에서 삼성전자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정부는 20년전 IMF 사태를 겪으며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지금까지 180조원을 투입했다. 올해 6월말 기준 회수율이 68.3%로 다른 국가에 비해서 월등히 높지만,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의 역사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어려워지면 최종 대부자로 정부가 나서야 하기 때문에, 금융회사의 수익기반을 훼손하고 싶지 않은 정부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무의식적 믿음을 갖고 금융회사가 소비자와 국민에게 높은 수수료를 고집하는 현실을 그대로 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금융에서 국민과 소비자의 저항은 광범위하게 시작됐다.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정부가 언제까지 막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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