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성희롱, 기관장에 책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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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7-11-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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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가부, 성희롱 방지대책 발표… 공무원 수준 처벌 강화 내용도

[사진=아주경제 DB]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유관 단체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무관 A씨의 사건을 은폐시키려다 곤욕을 겪었다. A씨는 금융위가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산하기관 여직원 B씨를 술자리에서 만나 만취상태에서 성폭행했다.

당시 금융위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연인 사이였다”는 등의 거짓 해명으로 2차 피해를 키우고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 기관장인 금융위원장이 인사, 감봉 등의 제재를 받거나 성폭력 교육 등을 받아야 한다.

최근 공공기관과 한샘 등 민·관에서 직장 내 성폭력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정부가 ‘사내 성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기관장들의 인식전환을 위해 앞으로는 해당 사건이 발생하면 기관장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28일 발표한 대책에도 정부의 이같은 의지가 강하게 담겼다. 정부부처·공공기관 등에서 직장 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감독 권한이 있는 주무부처가 직접 사건처리를 지휘·감독하며 피해자에 불리한 처우를 했을 때는 기관장의 책임을 강화하는 게 이번 정책의 주요 골자다.

여가부는 이날 이러한 내용의 ‘공공부문 성희롱 방지대책’을 마련해 국무회의에 보고하고,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와 합동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대책에는 공공기관도 성희롱 사건 발생 시 공무원 수준으로 처벌이 강화된다는 내용과 성희롱 등 각종 예방교육의 고위직 참여율이 50% 미만인 기관은 ‘부진기관’으로 지정돼 정부의 특별 관리를 받는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

그동안 공직사회나 공공기관 등에서는 조직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성희롱 피해가 발생해도 상급자가 이를 방관하거나 사실을 은폐하는 일이 많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앞으로 공공기관 내 성희롱 관리, 감독 시스템을 개선해 피해자와 신고자 등의 2차 피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기관장이 직접 관리하자는 게 정책 취지”라며 “국가기관, 지자체, 각급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총 1만7211곳이 적용 대상”이라고 말했다.

먼저, 공공기관(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조의2에 따른 공직유관단체)의 상급기관인 부·처·청의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공공기관 기관장 및 임원급 고위직에 의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공공기관의 ‘주무 부·처·청 및 지방자치단체’가 사건처리에 대한 지휘감독을 맡으며, 성희롱 재발방지대책을 여가부와 주무부처 등에 동시에 제출해야 한다. 

공공기관 감사 및 평가항목에 ‘성희롱 방지조치’ 항목도 반영된다. 공공기관 감사 시에 관련 사항을 점검하고,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실적 평가 시 성희롱 예방 조치에 대한 평가를 강화한다. 또 성희롱 사이버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피해자 신고처·지원절차·기관장 책임 및 사건처리 절차 내용을 상시 게시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공공 부문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문제에 국가가 얼마나 단호하게 대처하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성희롱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거나 2차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기관은 물론 기관장에게도 인사, 처우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 '지방공무원 징계규칙', '군인징계령 시행규칙' 등을 개정해 성희롱에 대한 공무원 징계기준도 더 높인다. 기존에는 공공기관의 경우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가 경징계에 해당하는 강등-감봉 처분에 그쳤다. 앞으로는 해당 사건 발생시 감봉-정직 등의 중징계로 상향된다.

특히 성희롱이 징계감경금지사유로 규정돼 징계 중에는 면직, 사표수리 등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공무원의 성 비위 사건 징계 결과를 인사 및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공공기관에도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밖에 피해자가 요청할 경우 배치전환, 휴가사용 등을 통해 행위자와 즉시 분리하고, 소문 유포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폭력예방교육에 기관장이 불참하거나 고위직의 교육 이수율이 50% 미만인 기관은 부진기관으로 특별 관리된다. 부진기관으로 선정되면 언론공표, 관리자특별교육, 예방교육이행 계획서 제출 등의 사후조치가 보다 강화된다.

정 장관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는 조직 내부 시스템과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2차 피해 등으로 오히려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없도록 공공부문부터 선도적으로 인식을 개선해 민간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가부는 2019년까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 4946곳에 대한 성희롱 실태 전수조사도 단계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방법, 고위직 종사자들의 참여빈도, 발생실태 등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확보되면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대책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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