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1R 취소’ 전혀 메이저답지 않았던 KLPGA 메이저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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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7-10-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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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 사진=KLPGA 제공]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은 1라운드 전까지 분명 흥미로운 대회였다. ‘골프여제’ 박인비의 KLPGA 명예의 전당 등극, 상위 랭커들의 치열한 순위 경쟁 등 관심을 끄는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KLPGA 투어의 미숙한 행정은 대회를 전혀 메이저답지 않게 만들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블랙스톤 골프클럽 이천(파72·6678야드)에서 열렸다.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최초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김해림은 통산 5승(시즌 3승)을 챙겼다. 김해림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7오버파로 부진했지만 최종합계 4언더파 212타로 박지영을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섰다. 박인비는 최종합계 이븐파로 4위, 고진영이 1오버파로 공동 5위, 이정은이 3오버파로 공동 9위에 올랐다. ‘슈퍼루키’ 최혜진은 6오버파로 공동 22위를 마크했다.

선수들은 악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제21호 태풍 ‘란’의 간접 영향으로 경기가 열린 블랙스톤 골프클럽 이천에서 3라운드 내내 강한 바람이 불었다. 선수들은 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비록 오버파를 치지만 최대한 타수를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프로다웠다.

하지만 대회를 주관한 KLPGA는 프로답지 못했다. 문제의 ‘벌타 논란’은 1라운드에서 일어났다. 코스 관리에서 실패했다. 일부 홀의 그린과 그린 주변 지역(프린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그린과 프린지의 잔디 길이는 10㎜ 이상 차이가 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부 홀에서 그린과 프린지의 차이가 1㎜도 채 되지 않아 일부 선수들은 프린지 지역을 그린으로 착각하는 일이 벌어졌다. 프린지를 그린으로 착각해 마크를 하고 공을 집어 드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골프 규칙에 의하면 그린이 아닌 곳에서 공을 집어 들면 1벌타를 받는다.

‘슈퍼루키’ 최혜진은 13번 홀에서 프린지 위의 공을 집어 들었다가 경기위원에게 벌타를 받았고, 앞서 10번 홀에서도 벌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뒤늦게 확인됐다. 박인비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도 애매한 상황에 항의가 잇따랐다. 논란이 되자 KLPGA 경기위원회는 “그린 구역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벌타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며 벌타를 받은 선수들의 벌타를 면책했다. 이에 다른 선수들이 벌타 면책은 공정성에 있어서 부당한 처사라며 대회 이튿날인 20일 2라운드 시작을 거부하는 초유의 집단 보이콧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KLPGA 투어는 “대회 1라운드를 취소하고 3라운드 대회로 축소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1라운드에서 선전을 펼친 하임송, 최혜진, 홀인원을 기록한 김규리 등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KLPGA는 “선수와 골프팬, 대회를 개최해 주신 스폰서 등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 KLPGA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고개 숙였다. 대회 후 강춘자 KLPGA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로 골프를 사랑하는 팬 분들과 주최사인 KB금융그룹에 실망감을 안겨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어설픈 KLPGA의 행정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과 팬들에게 돌아갔다. 우선 2라운드 종료 후 열릴 예정이었던 박인비의 역대 네 번째 KLPGA 명예의 전당 가입 기념행사는 최종일 시상식과 함께 진행됐다. 스포트라이트가 분산 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KLPGA 투어 상금 랭킹 2위인 김지현을 비롯한 12명의 선수들은 2라운드 잔여 경기를 앞두고 기권했다. 선수들은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이 열린 같은 기간 제주도에서는 국내 최초의 미국프로골프(PGA) 대회인 더 CJ컵이 열렸다. PGA 투어 상금왕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한 가운데 스타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며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반면,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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