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변방별곡 ‘속수무책’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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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 칼럼니스트
입력 2017-09-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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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변방별곡]

[사진=서명수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 칼럼니스트  ]


‘속수무책’이 아니라면...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손이 묶여 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손을 쓸 수 없어서 아무런 방안도 계책도 내놓을 수 없어 그저 앉아서 고사당하기 일보직전이다.

그저께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의 한 장면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리의 속수무책 같은 상황을 잘 대변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환담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임시 배치가 완료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에 대해 "사드 배치는 잘 끝났다면서요"라고 먼저 묻자 문 대통령의 의외의 화답을 던졌다.
“중국의 경제 보복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이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미국의 요구대로 사드 배치를 끝냈더니 중국의 경제 보복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졌다. 이제는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풀어줘야 한다며 요청하는 모양새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을 전하면서 “11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을 방한할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이 그때 이 문제를 제기해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부당함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지적하는 한편 중국 설득에 나서야 할 판인데, 그런 노력은 게을리한 채 미국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은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자격이나 영향력을 갖고 있을까. 사드포대가 미군이 운용하는 것이기는 해도 엄연히 성주에 사드포대를 배치하는 것은 우리 정부의 자주적인 안보차원의 판단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대 한국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미국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부기조를 흔드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미묘한 파장을 불러올 수도 있다.
‘미군이 운용하는 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과 한국기업들이 중국의 보복을 당하고 있으니 미국이 나서서 중국을 압박해 달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지금 청와대의 외교안보라인에서는 중국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지중(知中)' 인사가 단 한 사람도 없다. 내정된 주중대사마저도 중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전직 의원이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한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보복을 한 것이 아니라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중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에 대한 환경위생검사 등의 방식을 활용한 비교역적 수단을 동원해서 압박해 왔다는 점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껏 지난 6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처음 만나 ‘양국 간 교류가 위축되고 있다‘는 우회적인 표현으로 중국의 보복조치 완화를 요청한 것이 전부였다.

정부가 무전략으로 ‘우왕좌왕’하면서 속수무책의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함에 따라 수교 25주년의 초석을 닦아온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은 우리 외교의 첨병이자 얼굴이다. 그들은 수교 이전부터 정부의 도움 없이 중국에 진출, 대한민국의 자본과 기술을 이전시키면서 한·중관계의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사드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한인타운마저 뒤흔들고 있다. 중국 진출 1세대들마저 중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과 교민들은 스스로 살길을 마련하는 중이다. 더 이상 중국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판단이 선다면 눈물을 머금고 한국으로 리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탈중국’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세계경제의 3분의1이 중국과 연계돼 있어 중국을 배제한 경제활동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민간 기업에 대한 것이라서 정부가 나설 일이 아니라며 ‘가만히 있는 것’은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 WTO 제소 같은 정부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중 압박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WTO 제소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쓸 수 없는 카드라고 판단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판이다. 중국이 사드문제를 북핵과 분리해서 대응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과의 마찰은 피해야 한다며 저자세로 머뭇거리는 것은 사대주의라는 고질병과 다를 바 없다.
또 하나, 중국의 보복조치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중국진출 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방안을 공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롯데나 사드 보복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다른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사드 보복에는 정면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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