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사이트] ​비즈니스와 ‘궤도(詭道)’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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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철 세라젬 대표
입력 2017-08-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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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비즈니스 현장은 전쟁터처럼 치열하다.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경쟁은 때론 피 흘리는 전쟁과 같이 잔혹하기도 하다.

허를 찔려 무방비 상태이거나 속아서 궁지에 빠진 사람과 조직을 기회 대상으로 이용하기는 아주 쉽다. 그래서 손자는 ‘궤도’에서 ‘적을 속이고 허를 찌르는 것’을 중시했다.

손자는 “병법은 궤도(詭道)다. 상대방을 속이는 도(道)다“라고 단정한다. ‘궤’란 속임 혹은 기만이라는 뜻으로 열 네 가지 승리의 병법을 말하고 있다. 단, 전제조건은 이 계략들이 결코 상대가 미리 눈치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손자의 ’궤도‘ 전략으로 ’고객 가치관에 대한 기준의 대변혁‘이라는 플러스적인 성과를 낸 인물이 있다. 펩시콜라 최고경영자를 지낸 로저 엔리코다.

펩시콜라는 최대 라이벌인 코카콜라에 대해 기습 공격을 계속해온 회사이다. 1975년 ‘펩시도전‘이라는 TV광고가 미국에 등장한다. 내용은 상점가에서 사람들에게 코카콜라와 펩시 표시가 없는 두 종류의 콜라 맛을 판단케 하는 블라인드 시음이었다. 결과는 모두를 놀라게 했다. 체험자 대다수가 코카콜라가 틀림없다고 믿었는데, 포장을 뜯고 보니 펩시였다. 또 다수가 펩시 맛이 더 부드럽고 달콤해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대중과 업계의 콜라 선택 기준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간 많은 사람이 습관적으로 코카콜라를 선택하곤 했다. 음료수 하면 코카콜라, 미국을 대표하는 음료수가 코카콜라라는 이미지와 전통적인 관념에 길들어져 있어서다. 펩시 광고는 ‘맛‘을 기준으로 콜라를 선택한다는 ‘가성비(cost-effectiveness) 가치’에 눈뜨게 했다.

엔리코가 허를 찌른 또 다른 한 수는 1983년 광고에 마이클 잭슨을 등장시킨 것이다. 먼저 놀라운 것은 계약금이다. 당시 대스타인 롤링스톤스 계약금이 50만 달러(약 5억7000만원) 정도였는데, 잭슨 측은 10배인 500만 달러(약 57억원)를 요구했다. 엔리코는 고민하지 않고 이에 동의한다. 광고는 미국 미래세대가 펩시를 선택한다는 신선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결과 ‘만년 2등’ 펩시콜라가 시가총액과 매출, 순이익에서 코카콜라를 앞서며 시장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일찍이 한비자(韓非子)는 ‘전쟁에서 속임수를 싫어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전쟁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전술은 비열한 짓이 아니고 통상적인 책략이다. 역대 유명한 전략가나 리더들은 이를 상투적으로 사용해오지 않았던가.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 기업을 기만하고, 고객을 속이는 마이너스적인 궤도 행위를 계속 쫓아간다면 결국 상거래 신용을 잃게 되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최근 우리 사회 화두인 ‘오너 리스크’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지속성장하려면 ’정도 경영‘을 바탕으로 플러스적인 궤도 정신의 지혜를 갖고 파트너·고객·지역사회·구성원이 함께 윈윈하는 ‘상생의 경영철학’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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