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특별시민' 곽도원이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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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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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별시민'에서 심혁수 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사진=쇼박스 제공]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이렇게 리얼할 수 있나?”

현(現)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분)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제작 ㈜팔레트픽처스·배급 ㈜쇼박스)를 두고 배우 곽도원(44)은 내내 탄식했다.

1,029만 명의 마음을 빼앗기 위한 쇼가 벌어진 정치판을 두고 기시감에 빠진 것이다. 극 중 선거 공작의 일인자로 변종구 캠프를 이끄는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 역을 맡은 그는 선거 이틀 전 공약을 짜고 있는 변종구 캠프를 예로 들며 “영화 속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에 현실과 닮은 구석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곤 했다.

“극중 변종구 캠프가 선거 공약 회의를 하는데 ‘자, 선거 이틀 남았어요. 정신 차려요’라고 이야기해요. 그 장면을 보고 ‘선거 이틀 전에 공약을 만드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대선을 앞둔 지금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현실과 닮은 것 같아 더 씁쓸합니다.”

3년 전 박인제 감독이 집필했다는 ‘특별시민’은 신기하게도,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과 신기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특히 5월 ‘장미 대선’을 앞둔 지금 ‘특별시민’을 바라보는 배우들, 관객들의 마음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있을 법 한 일이네.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정치인을 까고 정치판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국정농단사태가 벌어진 거예요. 영화보다 더 엄청난 일이 벌어지니까. 극 중 변종구가 하는 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런저런 걱정이 큰 작품이에요.”

영화 '특별시민'에서 심혁수 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사진=쇼박스 제공]


곽도원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을 접하며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특별시민’의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포털사이트에 ‘정치’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는 것이었다. 정치(政治). 권력을 모아서 쓴다는 뜻이라는 걸 파악한 뒤, 곽도원은 ‘특별시민’의 시나리오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심혁수라는 캐릭터를 두고 가장 고민한 것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었어요. 검사 출신에서 국회의원이 된 남자가 무슨 법을 만들고 싶어 했을까? 어떤 뜻이 있어서 정계에 진출한 걸까? 그런 의문으로 파고들려고 한 거죠. 그 이후에는 ‘왜, 변질했을까?’에 관해 고민했어요. 해답은 없었지만 느낌은 파악했어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 같은 작품을 보면 금은보화에 눈이 돌아가는 느낌 있잖아요? 그걸 건드리면 동굴 문이 닫히고 갇혀버린다는 걸 알면서도 건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요.”

현실적인 너무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면서 곽도원은 걱정에 빠졌다. 이는 주연 배우인 최민식도 함께 우려한 바였다. 곽도원은 걱정거리를 슬쩍 내비치면서도, 현실과 맞닿아있는 점이 작품의 재미와 관계가 있다고 짚었다.

“관객들이 볼 때 ‘특별시민’은 어떤 작품일까요? 현실에 발붙이며 보기에 재밌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사실 ‘특별시민’을 두고 많은 걱정과 기대가 있었어요. (최)민식 형님 말대로 ‘지긋지긋한 선거를 영화로 또 봐야 하냐?’라는 반응이 많을 것 같아서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고, 9일 선거의 필요성을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도 들어요. 최선을 다해 만들었고 그만큼 메시지도 강렬하니까요.”

영화 '특별시민'에서 심혁수 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사진=쇼박스 제공]


변종구 역의 최민식은 곽도원을 두고 “본능적인 연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와의 연기호흡은 마치 탁구 같아서 주고받는 재미가 있었다고. 이를 곽도원에게 전하자, 그는 “그런 척하는 것”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준비를 많이 하는 거예요. 낯선 세트, 소품 앞에서 경직되기 마련이거든요. 그 공간에서 빨리 친근해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엄청난 준비를 거쳐야 해요. 또 중요한 건 상대 배우예요. 눈을 마주하면서 대사를 주고받을 때 시너지가 발휘되는데 (최)민식 형님과 호흡을 맞출 땐 정말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야, 이건 뭐지?’ 싶더라고요. 경지의 단계라고 할까요? 순식간에 변종구로 바뀌어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주 훅, 들어오는 기분이죠.”

극 중 심혁수는 변종구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이지만, 실제 곽도원은 최민식의 ‘기(氣)’에 눌려버렸다. 주고받는 연기를 펼쳐야 하는데 받는 것도 벅찼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냥 민식 형님의 연기를 받기만 해도 연기가 돼요. 연기를 처음 하는 신인과 연기할 때, 이따금 ‘벽과 얘기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민식 형님과는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특히 서울시장 관사 신 같은 경우는 대단했어요. 일상에서 보지 못한 눈빛,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데 당혹스럽기까지 하더라고요.”

영화 '특별시민'에서 심혁수 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사진=쇼박스 제공]


산 넘어 산이었다. ‘범죄와의 전쟁’ 이후 다시 만난 최민식은 여전히 넘지 못할 장벽처럼 느껴졌다. 그는 “건방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기할수록 숙제가 늘어나는 기분이 든다고 고백했다.

“벽에 부딪히게 돼요. 캐릭터가 안 만들어지면 죽을 것 같고,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다가 연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죠. 연기를 하다 보면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감독, 동료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죠. 죽을 때까지 물어보겠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길 바라요.”

오는 9일, 대한민국에는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곽도원은 ‘특별시민’ 심혁수를 연기한 배우로서, 또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고 전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겪고, ‘특별시민’을 찍으면서 ‘공인’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새기게 됐어요. 공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잖아요? 이 말의 뜻을 제대로 알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길 바라요. 공약으로 내건 것도 꼭 지켜줬으면 좋겠고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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