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근절될까…문체부, 후속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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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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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사업검증, 인사제도 개선 등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책 내놓아…실효성, 제재력 등 관건

송수근 장관 직무대행(제1차관·왼쪽) 등 문체부 간부들이 지난 1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근절될 수 있을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 조윤선(51)·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 기소된 가운데 문체부가 재발 방치책을 내놓아 관심을 끈다.   

문체부는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예산 편성, 심의 절차, 기관 운영, 예술가 권익 보장,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등에 대한 개선안을 담은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특정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와 심사 개입으로 훼손된 문화행정의 공정성을 다시 세우겠다는 취지다. 

◆예술가 권익 강화…공무원은 정치 중립성 보장

문체부는 먼저 문학, 연극, 영화 등에서 부당하게 폐지되거나 변칙적으로 개편된 사업을 원래대로 복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폐지된 3개 사업(△우수문예지 발간 △공연장 대관료 지원 △특성화 공연장 육성)을 복원하고, 출판 등 지원 수요에 대한 5개 신규사업(△도서관 상주작가 지원 △지역문학관 활성화 △영세 출판사 지원 △피해출판사 도서 우선구매 △공연예술유통지원) 추진을 위한 긴급자금 85억 원을 편성한다. 또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 지역독립영화관 건립 지원 사업 개편에 대한 개선안을 3~4월 중 수립할 계획이다.

블랙리스트 관리와 실행을 일부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해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의 심의과정도 수술대에 오른다. 문체부 측은 "심의 전 과정의 투명성을 제도화해 부당한 외부 개입을 원천 차단할 것"이라며 "이미 2017년 기금사업 심의부터 심의위원 풀제와 참여 위원 추첨제, 심의정보 공개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와 더불어 심의참관인제도, 옴부즈맨 제도 등도 신설·확대키로 했다.

문예위와 영진위 등 예술지원기관은 '합의제 위원회'로,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야 하지만 그동안 그 위상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지 못해 왔다. 이에 문체부는 이들 기관의 본래 취지에 맞도록 위원·위원장의 선임절차를 개선하고 조직구조 개편, 기금편성 우선순위 등의 대안책 논의, 사후평가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예술가 권익 보장을 위한 법률'(가칭) 제정도 추진한다. 이는 헌법 제22조 '예술가의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예술 지원의 차별 금지, 예술사업자의 불공정행위 금지 원칙과 그에 따른 침해신고 접수·조사, 시정조치, 형사처벌 요청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가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와 청소년 예술가의 보호 등 예술가 권익 보장 과제도 다각도로 발굴해 이 법에 담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문체부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은 직무수행에서의 차별금지 원칙과 상급자의 위법지시 거부에 따른 인사상 보호 규정 추가를 골자로 하며, 오는 4월 중 개정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산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이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문체부만의 고심 흔적 안 보여"…실효성·제재력 '물음표'

문체부의 이같은 재발방지책에 대해 문화계 일각에서는 '지난 1월 사과문 발표 때와 다른 게 무엇이냐' '강력한 제재 방안이 없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국회, 예술인 등의 개선안 마련 요구 외에 문체부만의 고심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문제의 법적 제도적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블랙리스트는 지원배제만이 아니라 심사·포상·출품 등에 걸친 전방위적 사회 배제"라며 "블랙리스트로 사업이 왜곡되거나 폐지된 것을 복원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문체부의 3개 폐지사업 복원, 5개 신규사업 추진 방안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제기한 블랙리스트의 철저한 기록, 예술인 표현의 자유 보장, 문체부 산하기관의 독립성·자율성 보장 등도 고스란히 문체부 방안에 담겨 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는 한 중진 예술인은 "지난 1월 사과문 발표 이후 문체부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예술인을 포함한 국민 대다수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을 원하는 것이지, 다른 이들의 의견을 종합정리한 보도자료를 들이밀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김영산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를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고, 다시는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제반제도와 절차를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에는 시인 고은, 소설가 한강, 영화배우 송강호·하지원, 영화감독 박찬욱 등 문화·예술인 9473명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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