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당시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와 의대생 등 신상정보를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 형태로 공개한 사직 전공의가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의료법상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의사면허 취소 대상이 되는 만큼 해당 전공의는 면허 취소 수순을 밟게 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류모씨(33)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0일 확정했다.
류씨는 의·정 갈등이 이어지던 2024년 8월부터 9월까지 전공의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근무한 의사와 의대생, 수련병원 관계자 등 2974명 명단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페이스트빈'과 '아카이브' 등 해외 사이트에 해당 명단을 총 21차례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의료계 내부에서 '의료계 블랙리스트'로 불린 해당 명단에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거나 의료 현장에 복귀한 의사와 의대생 등 이름과 소속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은 온라인상 명단 게시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볼 수 있는지였다. 류씨 측은 인터넷 게시글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표현 행위일 뿐 스토킹처벌법이 규정한 지속적·반복적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는 지난해 6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배포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일으켰다"며 류씨에게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원색적인 비난과 악의적 공격, 협박을 했다"며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했고, 가족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공포심과 대인 기피, 공황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도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는 같은 해 10월 "타인을 압박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이른바 '좌표 찍기'를 한 것으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류씨가 초범인 점,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확정 판결로 류씨는 의료법상 의사면허 취소 대상이 됐다. 현행 의료법은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의료인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취소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재교부를 신청할 수 있다.
한편 류씨 측은 상고심 과정에서 자신에게 적용된 스토킹처벌법 조항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류씨 측은 최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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