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만 보 달성."
건강 앱에 뜨는 이 한 줄은 묘한 성취감을 준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부족한 걸음 수를 채우기 위해 집 근처를 한 바퀴 더 돈다. 무릎이 조금 뻐근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운동을 했으니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통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걸음 수에 대한 집착이 오히려 관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숫자를 채우는 데 집중한 나머지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건강의 기준처럼 여기는 '하루 1만 보' 역시 절대적인 의학적 기준은 아니다. 영국 하트퍼드셔대학교 운동·건강 전문가 린지 보텀스 박사에 따르면 하루 1만 보는 1960년대 일본 만보기 업체의 마케팅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하나의 건강 목표처럼 자리 잡았지만, 전문가들은 개인의 체력과 관절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숫자만 채우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운동 후 나타나는 근육통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이다. 운동을 마친 뒤 6~8시간 후 시작되는 '지연성 근육통'은 2~3일 내 완화된다.
문제는 모든 통증이 근육통은 아니라는 점이다. 무릎 통증이 반복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유독 심해지고, 휴식을 취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관절 이상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퇴행성 관절염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2015년 350만명에서 2024년 444만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젊은 층의 비중도 적지 않다. 흔히 노화로 인해 연골이 닳아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병원을 찾는 젊은 층 환자도 증가했다. 등산과 러닝, 장시간 걷기 운동 등이 대중화되면서 무릎 앞쪽 통증, 관절의 뻣뻣함 등을 호소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잘못된 운동 습관뿐 아니라 유전적 요인, 비만, 근력 저하 등 다양한 영향을 받는다. 특히 비만은 무릎 관절에 지속적인 부담을 주는 대표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체중이 증가할수록 관절이 감당해야 하는 하중도 커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이 1kg 늘면 보행 시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은 4kg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준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무심코 걸었다가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며 "한 번 손상된 무릎 연골은 자연 치유가 어려운 만큼 통증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라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발생한 퇴행성 관절염은 약물치료나 도수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질환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이뤄질 경우 증상 악화를 늦추고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릎 관절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고인준 교수는 무릎 부담을 줄이는 보행 습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처음 5분 정도는 천천히 걸으며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걸을 때는 시선을 바닥이 아닌 전방 10m 정도에 두고, 턱을 가볍게 당긴 채 허리와 등을 곧게 펴는 자세가 권장된다.
흔히 바른 걸음걸이라고 하면 11자 걸음을 떠올리지만, 실제 건강한 보행은 발끝이 바깥쪽으로 약 10도 정도 벌어진 자연스러운 부채꼴 형태에 가깝다. 인위적으로 11자 걸음을 만들거나 과도한 팔자걸음을 걷기보다는 편안한 보행을 유지하는 것이 관절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평소 신발 뒷굽이 유난히 한쪽만 빨리 닳는다면 발 디딤 자세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발은 뒤꿈치부터 닿은 뒤 발바닥 전체로 체중을 분산시키고, 마지막으로 앞꿈치로 지면을 밀어내는 순서로 디디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래 걸은 뒤 발바닥이나 종아리 뒤쪽 통증이 반복된다면 발목을 들어 올리듯 걷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발목에 힘을 주지 않고 걸을 경우, 무릎과 고관절, 허리까지 충격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상 속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퇴행성 관절염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증상 관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관절염이 있는 경우 좌식 생활보다는 의자 생활을 하는 편이 도움이 된다. 의자에 앉으면 체중이 엉덩이와 허벅지로 분산돼 무릎 관절이 받는 하중을 줄일 수 있다.
또한 통증이 없는 범위에서 가벼운 관절 운동을 꾸준히 시행하고 운동량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허벅지 앞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은 무릎 관절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근력 강화가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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